헌재 기각 ‘이상민 성실의무 위반’…공무원 징계 땐 엄격 적용
이 장관 탄핵심판 주요 쟁점
‘이태원 참사 때 7번 통화만’
재판관 6 대 3으로 입장 갈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 참사 책임을 따진 헌법재판관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지만 ‘성실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두고는 입장이 갈렸다.
이 장관이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는지, 파면에 이를 정도의 위법·위헌적 행위가 있었는지는 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기도 했다. 3명의 재판관은 이 장관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면서도 파면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시민사회에선 헌재가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단으로 장관 파면의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을 보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으로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사후 대응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 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김·문·이 재판관은 재난안전법 6조를 들어 행안부 장관은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을 때 재난관리 공백을 방지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장관이 국가공무원법 56조를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는지 판단하는 전제이자 준거라고 했다. 이들은 재난관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 장관이 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2022년 10월29일 참사를 인지한 오후 11시20분부터 현장지휘소에 도착한 30일 오전 1시5분까지 105분간 단 7차례 통화로 보고받고 지시했다. 다만 이들은 이 장관의 법률 위반이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헌재의 이런 판단은 일반 시민이 가진 시각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가 ‘간접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부여받은’ 장관과 ‘국민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 대통령은 지위·파면 효과 등을 달리 봐야 한다고 해놓고는 장관에 대해서도 ‘성실의무 위반의 중대성’에 높은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성실의무 위반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심판 때도 쟁점 중 하나였다. 당시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참사 당일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관한 파악과 대처 과정에서 자신의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경우 선출된 대통령이 아닌 점, 장관 직무의 의무가 재난안전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점에서 박씨 탄핵심판과 달리 성실의무 위반이 탄핵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있었다고 말한다.
임명직 장관의 성실의무에
헌재가 ‘파면 기준’ 높여놔
‘시민 눈높이와 괴리’ 지적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파면의 파급효과가 큰 대통령과 달리 장관은 상대적으로 기준을 낮춰 성실의무 위반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헌재가 지나치게 파면 문턱을 높여놨다”고 비판했다.
고위공직자일수록 성실의무 위반을 더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거부하면 탄핵심판으로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무위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판례를 보면 일반 공무원은 다양한 상황이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인정돼 징계를 받았다. 지인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담당 수사관에게 사건에 대해 문의하고 편의 제공을 부탁한 경찰공무원, 코로나19 확산 시기 방역수칙을 어기고 회식을 한 소방공무원은 모두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성실의무를 어긴 행위에 따른 적법한 징계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개별 법률 단위로 쪼개어 판단한 탓에 장관 파면의 헌법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관은 전체적으로 재난 상황을 총괄해야 하는 헌법적 책임을 지는데도, 국가공무원법·재난안전법 등 개별 법률 위반 여부를 나눠 따져 책임을 면해줬다는 것이다.
김희진·김혜리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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