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효력 잃었다지만…공식 파기 땐 완충지대 사라져 긴장 악화[정전 70년]
북,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영토 침범 등 합의 위반 집중
윤 대통령 “효력 정지 검토” 경고…북측 선제 파기할 수도
합의 깨지면 JSA 재무장화…대북 전단 살포 재개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북한의 지난해 말 무인기 침범과 관련해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효력 정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평가됐다.
정식 명칭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공동선언 부속 합의서다. 남북 정상이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공감한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위한 군사적인 차원의 합의였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군사연습과 비행을 금지하고 해상완충구역 내 함포·해안포 실사격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일부 철수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데도 합의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는 일이 잦아졌다. 국방부가 펴낸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위반 사례는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거나 포구 덮개를 하지 않은 다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도 17번에 달했다. 그중 15번이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같은 해 10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대통령실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남북 합의 전반에 관한 이행 상황 검토에 착수했고 북한이 이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북한의 무인기 사태를 계기로 윤 대통령의 효력 정지 검토 지시가 나온 배경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아직은 합의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 안전보장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9·19 군사합의는 국회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효력 정지 시에도 국회의 별도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북한이 합의를 선제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한·미 안보 결속을 겨냥해 핵무기 사용 위협을 높이고 있어, 정보당국은 북한이 언제라도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과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비난 담화에서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여러 번이다.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남이든 북이든 합의의 효력을 공식적으로 정지시키면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남북 완충지대를 해제하는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한반도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DMZ 내에서 철수한 GP가 다시 건설되고 공동경비구역(JSA)을 재무장화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도 재개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남북관계발전법을 만들고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살포 등을 금지했다. 윤 대통령이 같은 법에 따라 합의 효력을 정지시키면 이런 행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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