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폭행당하고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벼랑 끝 교사들

◀앵커▶
교권 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현직 교사들이 직접 겪은 교권 침해 사례들을 들어봤습니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아동학대처벌법이 악용돼 오히려 교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혔습니다.

교사들은 법 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상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교사 경력 10년째인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년 전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학생이 다른 학생을 때리는 걸 말리다 오히려 학생에게 폭행당했습니다.

◀교권 침해 피해 교사▶
"학급 친구들을 때렸고, 그걸 말릴 때마다 저를 때렸어요. 발로 정강이를 차거나 주먹으로 배를 때리고 제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고요."

결국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해 열었는데 이번에는 학부모에게 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교권 침해 피해 교사▶
"학부모가 '작년 담임은 뺨 맞고 참았는데 당신은 왜 못 참아주냐?' 이렇게 말을 했어요."

이후 학부모는 다른 학생과 차별했다며 교육청과 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 교사는 3년 동안 학교를 쉬어야 했고 지금까지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력 20년이 넘는 또 다른 교사도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지도하다 협박을 당했습니다.

◀교권 침해 피해 교사▶
"강당에서 대자로 뻗어서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이의) 팔을 당기면서 '일어서자'라고 하니까 자기 몸에 손댔다고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라고 했다)"

피해는 교사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권 침해 피해 교사▶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선량한 다른 학생들을 보호할 수가 없는 거예요.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기력감, 교사로서 자괴감이 굉장히 커서 작년에는 정신과도 다니고."

교권 침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아동학대처벌법 악용이 꼽힙니다.

아동의 심리적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정서 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교사의 학생 지도 활동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보미 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
"학교 현장에서 훈육과 생활 지도와 학대의 범위가 모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학생) 생활 지도를 하는 것은 정서학대로 보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법에) 명시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고요."

교사들은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교육 활동을 아동 학대 신고 기준의 예외로 둘 것과 이를 방해하는 학생을 제재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상원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