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악몽 ‘훌훌’…이젠 5위 향해 ‘활활’
25일 키움전 7회 구원 등판 무실점
8회 타선 13득점 폭발, 악몽 벗어나
“안 좋은 것은 내가 다 가져갔으니
후배들은 좋은 성적만 거두기를”
가을야구 티켓 위해 총력전 각오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과 한화의 경기가 끝난 뒤 한화 선수들은 더그아웃을 떠나지 못하고 옹기종기 모였다. 이들이 바라본 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시환(36)이었다.
장시환은 이날 3-6으로 쫓아가는 7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초 팀이 무려 13득점을 올린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됐다. 2020년 9월27일 NC전부터 이어진 기나긴 19연패에서 탈출했다. KBO리그 개인 최다 연패 기록을 가진 장시환은 93번째 등판에 무려 1036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선배의 연패 탈출을 후배들이 제 일처럼 기뻐했다. “운다, 운다”라고 말하며 장시환의 표정을 살피기도 했고 방송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아낌없이 물세례를 쏟아부었다.
온몸이 흠뻑 젖은 장시환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는 “19연패를 했던 게 필름처럼 지나가더라. 승리하는 게 이렇게 좋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따낸 곳이 고척돔이라는 것도 의미가 깊었다. 장시환은 올 시즌 개막 경기인 고척 키움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적시타를 맞고 19연패째를 당해 심수창(은퇴·18연패)을 밀어내고 역대 최다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긴 연패를 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건 적지 않게 힘든 일이었다. 장시환은 “항상 불안했다. 좋은 기록도 아니고 솔직히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 겁이 날 때도 있었다. 은퇴도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18연패 기록을 오랫동안 가졌던 심수창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장시환은 “(긴 연패의) 그 마음을 잘 아는 건 수창이 형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면서 울기도 했다. 그때 수창 선배가 ‘그만큼 주변에서 너를 믿어서 쓴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이날 장시환이 잘 던진 것도 있지만 후배들이 화끈하게 타선 지원을 한 덕도 컸다. 경기 전부터 느낌이 온 것일까. 장시환은 이날 경기를 준비하며 노시환의 배트를 닦아줬다. 노시환은 4회 추격의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며 시즌 20홈런 고지에 올랐다. 8회 빅이닝 때에는 밀어내기 볼넷도 얻어내며 승리에 기여했다.
“너무 더러워서 닦아줬다”며 농담을 한 장시환은 “나는 운이라는 걸 믿는다. 노시환이 후반기에 들어와서 페이스가 안 좋아서 닦아줬다. 그래서 운이 다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시환은 “안 좋은 것은 내가 다 가져갔다. 나는 익숙해졌다”며 “후배들은 이제 좋은 것만 하고, 좋은 성적만 거둬서 팀에 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팀은 더 좋아질 것이고 강해질 것이다. 후배들은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젠 후배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해 보는 꿈을 키워본다. 이날 승리로 키움과 공동 8위를 기록 중인 한화는 5위 KT와 경기 차이는 불과 2.5경기에 불과하다. 장시환은 “팀이 5강에 가는 게 중요하다. 이젠 팀이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