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법원의 통화내역 제출 명령을 통신사가 거부할 수 있나?

경기일보 2023. 7. 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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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솔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이혼 소송이나 상간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으레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이하 통신사)로부터 상대방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한 다음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입증하곤 한다. 문서제출명령 신청이란, 어느 문서를 증거로 제출해 주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문서를 상대방 또는 제3자가 소지하고 있어 직접 제출할 수 없는 당사자가 법원에 그에 대한 제출명령을 구하는 신청이다.

A 역시 이혼 소송 진행 중 통신사에게 배우자 B의 휴대전화번호에 대한 1년간의 통화내역 제출을 명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문서제출명령을 했다. 그런데, 통신사는 그 제출을 거부했고 이에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했다. 통신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을 이유로 재차 위 자료의 제출을 거부하며 재항고했다.

통신사의 주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민사소송법’이 포함돼 있지 않아 법률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민사소송법에 따른 문서제출명령에 기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통신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명하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심리방법과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8스34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의 판시를 요약하면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의 입법목적, 규정사항 및 적용범위 등을 고려할 때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민사소송법이 정한 문서제출명령에 의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규정이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 방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목적에 반한다거나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문서제출명령을 심리·발령할 때는 통신과 대화의 비밀 및 자유와 적정하고 신속한 재판의 필요성을 엄격히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정으로 인해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증명할 책임을 지는 소송 당사자는 입증의 편의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상대방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 또한 보호돼야 하는 가치이므로, 향후 문서제출명령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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