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일리 대체자 윌커슨 첫선 ‘리그 톱클래스 RPM+바깥쪽 브레이킹볼’ 일품, 스테미너는 보완해야[SS 집중분석]

장강훈 2023. 7. 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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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투수 윌커슨이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나쁘진 않았다. 일단 속구 회전수가 눈에 띈다. 7월 팀 타율 1위(0.290) 팀 타자들의 배트가 볼 밑동에 스쳤다. 팝플라이가 많이 나온 이유다.

롯데 새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4)이 베일을 벗었다. 윌커슨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입국한지 얼마 안됐고, 시차적응 등 경기 외적인 요소 탓에 체력이 언제 떨어질지가 관건”이라며 “70~80개가량을 한계투구수로 정해뒀다. 본인과 대화하며 교체 시점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과 경기 전 상대 이승엽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는 “기본적으로 수준급 제구를 갖추고 있다. 변화구 움직임이 좋고, 어떤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보고를 받았다. 영상으로 지켜본 게 전부이므로 어떤 투구를 할지 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1회말 마운드에 오른 윌커슨은 한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시속 145㎞)로 KBO리그 입성을 알렸다. 두산 리드오프 정수빈과 대결은 슬라이더를 던지다 1루수 미트를 스치는 내야안타로 끝났다. 빠른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퀵모션은 1초28에서 1초32로 나쁘지 않았다. 자유족을 살짝 들어올리는 동작과 미끄러지듯 내딛는 두 가지 동작을 병행했다. 빠른 견제는 0.97초로 측정됐고, 주자를 묶어두기 위한 퀵피치는 1초10이었다.

두산 김재환이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4회말 삼진아웃을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낯선 투수는 유리한 면이 많다. 투구 템포, 타이밍, 볼 궤적 등을 타자가 모르니 공격적인 투구가 가능하다. 1회 무사 1루에서 허경민에게 바깥쪽 높은 컷패스트볼을 던져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윌커슨은 김재환에게 속구를 던져 1루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병살타를 유도했다.

4회까지는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먹어치웠다.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니 투구수도 상당히 적었다. 1회 7개, 볼넷 한 개를 내준 2회에도 12개로 이닝을 마쳤다. 두산 타선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밀며 타이밍 싸움을 했는데, 윌커슨의 속구 끝이 생각보다 좋았다.

롯데 선발투수 윌커슨이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구장에 설치한 트랙맨으로 측정한 윌커슨의 속구 RPM(분당 회전수)은 최고 2616회로 측정됐다. 힘을 빼고 던진 속구는 2352회로 나왔고, 평균 2489회로 측정됐다. ‘광속구 투수’인 안우진(키움)이 2582회, KIA 이의리가 2513회가량 나오니 리그 톱클래스로 볼 수 있다. 속구 최고구속은 시속 149㎞였고, 평균 144~145㎞가량 나온 점을 고려하면 포수 미트까지 밀고 들어오는 힘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튼 감독의 우려대로 5회말 투구수 60개를 넘어서면서부터 힘이 떨어졌다. 투구 후 견고한 벽처럼 버티던 왼발이 투구수 65개를 전후해 1루쪽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타점이 높은 편이고 전형적인 상하 움직임이 좋은 투구폼을 가졌는데, 축발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릴리스포인트가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2사 1,2루에서 허경민에게 던진 144㎞짜리 속구가 가운데로 몰려 우중간 2타점 적시타로 둔갑한 건 이날 투구의 옥에 티. 리그 스트라이크존과 타자들의 커트 능력에 적응하면 무난한 투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선발투수 윌커슨이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약점이 없지는 않다. 투구판 3루쪽 끝을 밟고 던지는데 바깥쪽 속구(우타자 기준)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노출됐다. 몸쪽 깊숙히 속구를 던져놓은 뒤 브레이킹 볼을 바깥쪽으로 던져 시선을 흐트러뜨린다. 몸쪽 컷패스트볼로 스윙을 유도하는데, 체인지업을 바깥쪽에 던져 속구 제구 아쉬움을 대신했다. 좌타자에게는 바깥쪽 컷패스트볼을 하이패스트볼로 던져 스윙을 끌어냈다. 역설적으로 좌타자 몸쪽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느냐가 열쇠로 보인다.

윌커슨은 “땀이 많이 나서 미끄러질까봐 걱정했지만 체인지업 제구가 잘됐다. 자신있게 던졌다. 슬라이더는 (구속이나 각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컷패스트볼과 섞어 던져서 구종 예측을 어렵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롯데 선발투수 윌커슨이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과 경기 5회말 2사만루 상대 허경민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3. 7. 26.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커브 움직임도 꽤 좋았다. 속구와 비슷한 높에서 출발해 빠르게 가라앉았다. 좌타자 몸쪽에 결정구 형태로 던져 효과를 봤다. 손목 유연성이 좋은 편이어서 손끝 감각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데뷔전 공식기록은 5이닝 76구, 6안타 2볼넷 3삼진 2실점. 첫 등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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