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바친 학도병 ‘초고령화’…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정전 70주년 특집기획]
선제 정책 필요 "지자체, 전문기관 통한 실태조사 펼쳐야"
참전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학도의용군들이 경제난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경기도가 학생 신분임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영웅들을 찾아 ‘보훈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년 이상 보훈과 국가유공자 처우 연구에 매진한 김태열 한국보훈포럼 회장(영남이공대 교수)은 26일 경기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방부에 등록되지 않아 참전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학도의용군은 생계가 어려우며 초고령화에 따른 만성 질환을 앓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 돼 이들을 발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국가보훈부의 ‘2021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방부에 등록된 학도의용군 등 참전유공자의 91.8%는 지난 1년 동안 질병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이는 총 독립유공자·특수임무유공자 등 9종의 보훈대상자 중 고엽제 후유(의)증(95.9%)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주요 질환은 고혈압(23.2%), 근골격계 질환(16.5%)이다.
더욱이 참전유공자의 평균 개인 소득은 연 2천149만원으로 보훈대상자 중 가장 적다. 그나마 국방부에 등록된 학도의용군 등 참전유공자는 월 39만5천원(65세 이상 기준)의 참전명예수당, 월 10만원의 생계지원금(80세 이상) 등 정부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국방부에 등록되지 않은 학도의용군은 이 같은 국가 차원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경기도 월 40만원) 예우 정책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 보훈병원 치료 시 본인 부담 진료비 90% 감면이라는 의료서비스 역시 받을 수 없어 병원 진료의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지난 2020년 6월 말 기준 1만8천723명이던 경기지역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현재 1만1천47명으로 집계,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이 초고령화로 줄어드는 실정이다. 학도의용군도 마찬가지다. 전쟁 당시 14~17세(늦은 출생 신고에 따른 실제 나이 16~19세 추정)였던 학도의용군은 정전 70주년인 올해 현재 90세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광복회, 대한민국상인군경회 등 총 17개 공법단체에는 학도의용군 관련 단체가 없다. 사무처 직원 월급 등 국가 지원을 받는 공법단체의 경우 보훈대상자들이 사무실에서 교류하는 등 자체적으로 회원을 발굴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지만, 학도의용군 단체는 이러한 지원 체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가보훈법 기본법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지자체의 시책 구현이 규정된 만큼, 경기도가 사무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제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회장은 “지자체는 학도병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학도의용군 관련 단체를 제도권 내 공법단체로 인정하는 국회 법안이 제정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자치단체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대우하는 만큼 우리나라 지자체도 이를 따라가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ON팀
※ ‘경기ON팀’은 어두운 곳을 밝혀(Turn on) 세상에 온기(溫氣)를 전합니다.
최현호 기자 wti@kyeonggi.com
이정민 기자 jmpuhaha@kyeonggi.com
황호영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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