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어린이 응급실 사용 설명서…"이럴 땐 응급실로"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아이가 갑자기, 그것도 늦은 밤이나 휴일에 심하게 다치거나 아프면 정말 당황스럽죠.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 응급실 이용 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조금 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의 이진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오세요.
사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일단 다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무엇 하나 응급이 아닌 상황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응급환자의 기준이 또 따로 있죠.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네, 원론적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응급환자의 정의를 보면, 질병, 분만, 그리고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해서 즉시 필요한 응급조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우리가 응급환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문턱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이렇게 위태로운 경우가 아니지만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소아 응급실에는 대부분 발열, 호흡기 증세, 그리고 구토, 설사 같은 위장관 증세가 있거나 열서 경련을 하는 아이들이 방문하게 됩니다.
그러나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프다고 해서 항상 바로 응급실에 방문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현아 앵커
어리고 아프다고 꼭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언제 응급실에 가는 게 좋을까요?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만약 발열과 함께 환자의 전신 상태, 즉 의식 상태가 명료하지 못하거나 처지거나 잘 못 먹는 경우, 또 심각한 세균 감염의 위험이 높은 3개월 미만의 영아가 열이 나는 경우, 그리고 평소에 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열이 나는 경우에는 바로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복통이 수 시간 동안 점점 나빠지거나 구토가 동반되고, 또 구토나 설사 때문에 소변을 안 보는 등 체중이 빠지고, 또 이런 탈수가 진행되는 경우에도 응급실에 방문해야 됩니다.
그 밖에 경련이 수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호흡 곤란이 있거나, 또 위험한 이물 삼킴이 의심되는 경우, 그리고 심각한 외상이나 중독 증상이 있어도 응급진료가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경우 우리 부모님들이 꼭 알아두셨으면 좋겠고요.
그렇다면 집에서 증상을 지켜보거나 아니면 동네 병원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을까요?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방금 전에 설명드린 그런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태가 아닌 경우, 예를 들면 아이가 열이 나기는 하지만, 오래되지 않았고, 평소처럼 잘 놀고, 또 배가 아프지만, 그리고 또 구토나 설사 등이 있기는 하지만, 강도나 빈도가 더 나빠지지 않고, 밥도 잘 먹으면서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으면, 먼저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조치에 따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호흡곤란이나 전신 부종 등이 없는 단순한 에너지 반응, 그리고 열성경련을 전에 했었던 아이가 이번에도 열이 있으면서 짧게 경련을 하고, 바로 멈추고, 의식이 명로한 경우에도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상처나 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서현아 앵커
증상만 보고 무작정 놀랄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조금 더 세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그렇다면 부모나 보호자가 미리 알아두면 좋은 응급 처치법도 있을까요?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우선 아이가 이물을 삼켜서 숨이 갑자기 막힌 경우에는 흉부와 복부에 압력을 가하는 하임리히법으로 이물을 제거해 볼 수 있고요.
열성경련을 하는 경우에는 아이를 평평한 곳에 눕히고, 기도를 확보하고, 또 흡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고개를 돌려주시고, 그리고 119에 신고를 하시면 됩니다.
아이가 숨을 못 쉬는 것 같아서 경련을 할 때, 갑자기 너무 패닉해지셔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열성경련은 대개 5분 내에 멈추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이 오히려 아이에게 외상을 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화상의 경우에는 찬물로 화상 부위를 빨리 충분한 시간 식혀주시고 병원에 오시는 게 좋고요.
발열의 경우는 고열이 나는 경우에는 환자가 힘들 수 있기 때문에 해열제를 먹여주시고 또 주위를 시원하게 해주고 옷을 얇게 입히십니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수건을 꾹 짜서 몸을 닦아주면 체온이 좀 더 빠르게 내려갑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응급실에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보호자들에게 전하실 주의사항도 있으실까요?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우선 정말 응급 상황이 아니시면 응급실 방문은 자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 진료는 경험해 보신 분들은 모두 동의하시겠지만, 아주 고생스럽고 경증인 환자들이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실 수가 있습니다.
또 경증 환자를 보느라고 정말 위급한 환자들의 진료가 지연되는 경우는 더 안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즉각적인 응급실 방문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1차 기관을 먼저 방문하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직장을 다니시거나 낮에 바쁜 보호자분들이 응급실을 야간 외래라고 생각하시고 경미한 증상이 있는 아이를 밤에 늦게 데리고 오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서현아 앵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이 어린이 환자가 응급실에 가게 되면 어떤 진료 과정을 밟게 됩니까?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우선 입구에서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해서 진료가 얼마나 급한지 평가합니다.
생명이 위급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진료를 하고요.
경증인 경우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이 진찰한 이후에는 필요한 검사나 치료가 있으면 이루어지고 그리고 외래 예약을 해 줍니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해당 과로 빠르게 연결됩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응급실 이용이 어렵다는 반응들이 참 많거든요.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네 맞습니다.
최근 이슈로 많이 아시겠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급감해서 소아 의사들이 부족하고요.
거기에 더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배출 수도 2021년 기준으로 봤을 때, 전해에 비해서 12%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마스크를 벗고, 다시 학교와 어린이집 등이 정상화되면서 감염성 질환이 폭발적으로 늘었죠.
그렇지만 코로나 시기의 경영난으로 이미 많은 소아청소년과 1차 의원들이 폐업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경증 환자를 진료할 병원이 부족해지면서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력이 부족해서, 상급종합병원이 소아 응급실 폐쇄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일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소아 응급실로 환자들이 더욱 몰리고, 과포화 상태가 되어서, 실제로 중증 응급환자들의 진료가 갈수록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요즘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소아과 '응세권'이라는 말도 등장을 했다고 해요.
응급실과 역세권을 합친 말인데, 그렇다면 소아 응급진료 체계에는 제도적으로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요?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첫째로, 소아응급실이 응급환자와 중증 환자를 시기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경증 환자들이 분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1차 의료기관인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다시 살아나야 하고, 대학병원급에서는 전공의 빈 자리를 전담 의료진 채워서 중증 환자를 돌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고요.
두 번째로는, 소아 응급 의료진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2022년에 첫 소아 응급 세부 전문의 제도가 시작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소아 응급 분야는 소아청소년과 및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깊이하는 세부 전문 분야입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이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현재 우리나라에 소아 응급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이 부족합니다.
해결 방법은 충원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아 응급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기운이 빠지거나 혹은 상처를 받고 소아 환자 곁을 떠나지 않게 의료 정책에 반영해 주시고 환자와 보호자분들은 이런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셔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오늘 준비를 하는 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 응급 세부 전문의이신 서울 성모 배우리 교수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서현아 앵커
일단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니까 조금 더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겠고요.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 소아 응급 의료에 대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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