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물난리 속 골프’ 홍준표에 당원권 정지 10개월 (종합)

“당 대표·대선 후보였기에 엄격한 윤리 기준 지켜야”
洪 “더 이상 갑론을박 말라...3년 시간 있다”

전국적으로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황에 ‘주말 골프’를 쳐 논란이 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앞서 김기현 대표가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당 윤리위원회가 홍 시장 징계 논의 안건을 직권 상정한 지 8일 만이다. 홍 시장은 징계 결과에 대해 “더 이상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호우특보 속에 골프를 쳐 비판을 받아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오후 시청 동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홍 시장은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홍 시장은 대구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5일 골프장을 찾았다. /대구시 제공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7차 회의를 마치고 이러한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중징계는 윤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황 위원장은 설명했다.

윤리위는 홍 시장 징계 사유로 ▲2023년 7월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 제2호(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를 위반했고 ▲7월 17~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글 게시 관련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 위반 등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 제2호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국민의힘 윤리강령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에 따르면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과 기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해당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윤리규칙 제4조 제1항에도 ‘당원은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황 위원장은 “본인이 사과를 하고 수해 복구에 참여했지만, 행위 시기와 경위 및 사정을 비춰보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규정 및 윤리규칙을 엄정히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시장은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를 지내는 등 주요 정치 지도자로서 엄격한 윤리 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력 후보로서 국민은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그가 소속된 정당, 국민의힘에 대해 함께 평가한다”고 했다.

앞서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린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그는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주말에 (공직자는)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나” “공직자의 주말은 자유”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홍 시장은 지난 1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편 홍 시장은 이날 윤리위 소명 절차에 참석하지 않고 경북 예천에서 대구시 소속 공무원들과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참석했다. 윤리위에는 홍 시장 대리인이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는 징계 결과가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적었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3년이 남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