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먹고 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고민 현장에서 많이 해" [인터뷰M]

김경희 2023. 7. 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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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장 큰 장기인 액션으로, 거기에 더해 처음 보는 해양범죄 활극으로 중무장한 '밀수'로 2023년 여름 극장가에 돌아온 류승완 감독을 만났다. 26일 개봉한 '밀수'는 최고의 예매율을 자랑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밀수'에는 해녀로 분한 김혜수-염정아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된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두 분과 꼭 일하고 싶었다. 염정아는 '우리들의 천국'부터 좋아했었다. 특히 '미성년'에서의 연기가 너무 끝내줬다. 차갑고 도시적인데 시네마틱 한 얼굴을 갖고 있다. 김혜수는 제가 연출부 시절에 처음 만났었는데 90년대 시절 현장의 모니터는 지금보다 화질이 안 좋아서 밤 장면은 특히나 더 어둡게 보인다. 당시 밤에 김혜수의 클로즈업을 찍는데 눈을 내리깔았다가 치켜뜨는 장면에서 모니터가 순간적으로 전체적으로 밝아지더라. '와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은 순간이 있었다. 이후로 오며 가며 인사를 주고받았고 김혜수는 영화배우이면서 동시에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김혜수-염정아가 함께 한 영화가 거의 없어서 이 둘의 조합이 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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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는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해 그는 "김혜수의 연기는 뜨겁고 공격적이라면 염정아는 차갑고 쿨하다. 그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뜨겁고 차갑고, 음양의 조화. 서로 경쟁하려 하지 않고 염정아가 중심을 잡아주고 김혜수는 높낮이를 왔다 갔다 해서 너무 좋더라. 이분들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두 배우 성향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앞서 다른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류승완 감독이 현장에서 얼마나 디렉팅을 직접적으로 재미있게 하는지가 드러나 웃음을 안겼었다. 고민시는 "더 상스럽게, 더 추접스럽게 하라고 하셨다"라는 인터뷰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난 이제 틀렸다. 더 이상 지적인 감독이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말은 했었다. 그런데 확신이 있었다. 이 배우들이 그렇게 망가지고 상스럽게 해도 자기만의 멋을 찾아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저도 사람인지라 디렉션을 줄 때 그런 단어를 쓰면 좀 함부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우리 배우들은 저한테 그런 벽 없이 소통할 수 있게 스스로 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더라. 제 디렉션에 부담은 가질 수 있었겠지만 망설임이 1도 없었다. 영화에서 이게 필요하다고 하면 막 가져다줬다. 우리 영화는 제가 한 게 별로 없었다. 배우들이 다 했다. 저는 관객으로서 현장에서 낄낄대고 좋아한 것 밖에 없다"라고 배우들의 태도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먹고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해녀들의 대사가 귀에 꽂힌다.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씩을 해봤을 법한 대사인데 이 대사에는 류승완 감독의 고민이 녹아 있었다고. 그는 "저 나름 중요하게 생각했던 대사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용인할 수 있는 임계점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가끔 스스로에게 한다. 우리는 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지점을 먹고 살기 위해 넘기도 한다."라며 철학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류승완 감독이 가장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그는 "영화 만들 때 현장에서 가장 저를 괴롭히는 부분이 현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다. 저는 그게 좀 괴롭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를 스태프에게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라며 관객 입장에서는 의외인 고민을 털어놨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 용기를 줄이기 위해 식판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며 "배우들도 다 식판을 써봤는데 이게 자기가 먹고 난 뒤에 설거지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쓰레기는 주는 대신 설거지를 위해 물도 필요하고 설거지를 하는 시간이 소요되더라."라며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것들이 연쇄적으로 문제가 되며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더라는 말을 했다.

류 감독은 "답은 없는데, 먹고살기 위해 어디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항상 그 질문을 갖고 있다. 내 영화에는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의 고생이 필요한데 이게 맞나? 모두가 자기 영역에서 최대치를 가려고 하는데 어디까지 해야 하나에 대한 생각은 늘 든다."라며 생각할 거리를 안겼다.

늘 영화만 생각하고 영화밖에 모른다는 평을 받고 있는 류승완 감독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영화 자체가 변하지는 않지만 영화의 개념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에 노출된 세대들에게 영화는 이전 세대가 생각하는 영화와는 다른 의미일 것. 체험형 영화가 요즘 세대들에게 맞는 영화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앞으로의 사운드 시스템, 시각적 시스템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니 어떻게 적응해나가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화두일 것. 하지만 저에게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놓칠 수 없는 삶의 즐거움 중 하나다."라며 생물처럼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는 영화의 개념을 지켜보며 적응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밀수'는 7월 26일 개봉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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