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원권 정지 '10개월'…與 윤리위 "국가·당 기여 고려"
황정근 "수해 골프로 제명된 홍문종과 사안 다르다"
홍준표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26일 '수해 골프'로 논란이 된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만장일치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결정했다.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7차 회의를 개최한 뒤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황 위원장은 징계 사유에 대해 지난 15일(토요일) 수해 중 골프 행위와 이후 해명하는 과정에서 게시한 17~18일 SNS 글, 언론 인터뷰 발언이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를 위반했고,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하게 했을 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에는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기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해당 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특히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한 경우,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이미 선약이 되어 있는 경우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윤리위는 윤리규칙 제4조(품위 유지)에서 규정한 "당원은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황 위원장은 "본인이 이미 사과를 하고 수해 복구 활동에 참여했지만, 행위의 시기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이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일반의 윤리 감정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위원회 규정 및 윤리규칙을 엄정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지난 24일부터 수해 피해 지역(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복구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26일 윤리위 회의 소명 절차에도 참석하지 않고 예천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펼쳤다.
황 위원장은 "홍 시장은 당대표와 대통령 후보를 지내는 등 국민의힘의 중요 정치 지도자로서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당내 유력한 후보로서 국민들은 그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당의 개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가 소속된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평가를 함께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과 함께하고 공감해야 할 집권당의 지도자급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위나 언행을 하고 급기야 민심에 맞서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해당 행위"라며 "그 이후에 제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당 윤리위는 이번 징계의 고려 요소에 대해선 "징계 대상이 되는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의도,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 이후 국민과 당원에 대한 사과 및 수해 복구 활동에 참여한 사정, 국가나 당에 대한 기여도, 유사 사례와의 균형 등 형평성,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를 통해 달성하기 위한 목적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2006년 7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시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친 홍문종 전 의원에 대해 '제명'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경기도당위원장이었던 홍 전 의원은 수해 골프가 논란이 된 이후 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수해 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쳤지만, 윤리위는 "그 정도로 응분의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가장 강력한 징계인 '제명' 처분을 내렸다.
또한 홍 전 의원과 함께 골프를 친 소속 정치인 5명에 모두에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취재진이 '홍 전 의원은 제명이었는데, 당원권 정지 10개월로 끝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황 위원장은 "사안이 다르다"고 답했다.
황 위원장은 지난 3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산불 발생 당시 골프연습장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그것도 사안이 다르다"며 "윤리규칙을 위반했다고 징계하는 게 아니고 윤리규칙 위반해 당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민심을 이탈하게 했을 때 징계한다"고 말했다.
앞서 홍 시장은 폭우가 내린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간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반쯤부터 한 시간가량 골프를 치다가 비가 내려 중단하고, 골프장을 떠났다.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홍 시장은 "주말에는 공무원들이 자연스럽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반박해 빈축을 샀다.
이후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한 다음 날(19일) 홍 시장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다"고 재차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은 사과에도 윤리위가 당 윤리규칙을 위반했다며 징계 절차를 개시하자 20일 밤에는 자신의 SNS에 큰 뜻을 위해 치욕을 견딘다는 뜻의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8시간여 만에 삭제하기도 했다.
홍 시장의 징계가 끝나는 시점은 내년 5월로 차기 총선 이후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홍 시장이 어떤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홍 시장은 이번 징계에 대해 SNS를 통해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나는 아직 3년이라는(대구시장 임기) 긴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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