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꽃 한송이도” 기간제 교사 父 절규에 동료들도 울었다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유가족 상대 경위 파악 착수
“늦어서 미안합니다” 고인 추모하는 동료교사 화환 이어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7월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시교육청-교직 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극단 선택으로 사망한 한 기간제 여교사의 아버지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진상규명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기간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한 동료 교사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사립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해당 교사가 생전에 과도한 행정 업무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유족 주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6개월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사립초등학교 교사 A씨의 사망과 관련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교육청은 우선 유가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갈 방침이다.  

A씨의 아버지는 지난 2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교직단체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 참석해 진상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아버지 B씨는 눈물을 흘리며 기간제 교사였던 딸이 극단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B씨는 "저희 딸도 작년 7월에 병가를 내고 살다가 6개월 전 그렇게 됐다. 같이 조사해달라"며 "사립이라서 (조사에)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고 한다. 대책위에 같이 (딸 사안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서이초는 조화가 놓이는데 저희 딸은 꽃송이도 하나 못 받고 죽었다"며 "제 딸도 똑같은 교사고 사랑스러운 제 가족이었다"고 애끓는 심경을 토로했다. 

조 교육감은 유족에게 A씨 사망 사건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교육청 측은 유가족의 요구를 확인한 당일 1차 면담을 진행했고, 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서 이 사안을 맡아 자체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가족 상대로 고인의 자료를 보는 등 경위 파악에 나섰다"며 "교육감 지시로 공익제보센터가 이 사안을 같이 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 유족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유족 측은 1차 면담에서 A씨가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들었고 기피업무를 맡는 등 업무량이 과다했다고 주장했다. A씨 반에 행동 교정이 필요한 학생과 학폭사안 관련 학생이 몰리는 등 기간제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었다고도 했다.

부친의 절규로 A씨 사연이 재조명되면서 근무지 관할로 추정되는 교육지원청 앞과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A씨 죽음을 위로하는 근조 화환이 늘어섰다.  

서이초 교사와 함께 A씨도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함께 유족과 연대한다는 뜻을 보내는 동료 교사들의 화환이 이어지고 있다. 화환에는 '늦어서 죄송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사립초 선생님의 죽음 진상을 규명하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 문구가 새겨졌다. 

교원 커뮤니티와 SNS에도 "울부짖은 아버지 모습에 눈물이 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언제까지 희생이 이어져야 하는지: "꽃 한송이 못 받았다는 아버님 말씀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절망적인 마음으로 교육감을 찾아 왔을지 가늠이 안된다" "도움 드릴 방법을 찾고 싶다" "부디 유족들이 힘을 내시길 바란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