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왕복 200km”…소멸 시계 앞당기는 저출산 악순환

오정현 2023. 7. 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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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KBS는 연중기획보도를 통해 지방소멸의 현실과 과제를 짚어보고 있는데요.

저출생 문제는 인구절벽, 그리고 지방소멸 위기와 직결돼 있지요.

아이를 낳지 않아 병원이 없고, 병원이 없으니 아이 낳기 힘든 악순환.

오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결혼 2년 차 신혼부부가 집을 나서 차에 올라탑니다.

무주를 떠나 대전까지 가는 먼 길, 왕복 200km 여행길에 오르려 부부는 휴가까지 냈습니다.

단지 병원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신원일·김은미/신혼부부 : "건강검진 예정일이어서 오늘 산부인과로 검사받으러 가고 있어요. 오늘 일은 쉬고요. 아내 데려다주려고. (아내분도 오늘 일은….) 네, 저도 오늘은 휴무 잡고 나가는 거예요."]

길이 밀리는 바람에 가는 데만 2시간이 걸렸습니다.

4주마다 부부는 이 여행을 반복합니다.

무주엔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불편함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응급한 일이 언제 닥칠지 몰라 늘 겁이 납니다.

이미 경험해봤습니다.

[김은미/임산부 : "갑자기 배가 아프니까, 저는 초기 상황(산모)다 보니까 어떤 증상인지 몰라서 무서우니까 조퇴를 하고 병원을 가는데 남편이 일하고 있으니까 저 혼자 터미널에 차를 대고 (고속버스를 탔죠.)"]

정부가 매년 정해 발표하는 '분만 취약지' 현황.

한 시간 안에 분만실 접근이 어려운 곳을 말하는데, 지난해 전북은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와 군산, 익산을 빼고 모두 분만 취약지로 꼽혔습니다.

특히, 무주와 순창, 임실, 장수엔 산부인과가 아예 없고, 완주, 진안, 부안은 진료는 보지만 분만은 할 수 없는 병원만 있습니다.

출생아 수 감소로 산부인과 수요도 덩달아 줄면서, 저출생을 또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실제 빨라지는 전북의 지방소멸 속도는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전북은 인구 천 명당 출생아가 3.5명에 불과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 대비 출생률 꼴찌를 기록했고, 전국 평균 4.4명을 한참 밑돌았습니다.

전문가는 소외된 곳 없이 안정적인 출산 의료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고 더 촘촘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합니다.

[이재희/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공공산후조리원을 필두로 해서 의료 인프라가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고요. 특히 지금 의료 취약지 거점 의료기관을 지자체마다 지정하게 해놨는데 법적으로는 지금 한 군데도 지정을 안 해 두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산모가 아이를 안전하게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질수록 지방소멸은 앞당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신재복·한문현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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