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판사 마음대로?’ 고지 없이 2주 당겨 선고…대법원 “다시 재판해야”

진선민 2023. 7. 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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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때문에 이미 판결 선고까지 난 재판을 다시 받게 된 피고인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김 씨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며 2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김 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선고일을 2주 앞당긴 것은 부당하다며 상고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2주'라는 시간에 의미가 있었다는 대법원의 결정으로 김 씨는 4개월 만에 춘천지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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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2주'는 짧은 시간인가요? 긴 시간인가요?

'2주' 때문에 이미 판결 선고까지 난 재판을 다시 받게 된 피고인이 있습니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수감 중인 김모 씨입니다.

대법원은 최근 김 씨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며 2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원래 예정한 선고 일자보다 2주 앞당겨 판결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양형 부당" 이유로 항소했지만…14일 일찍 선고한 재판부

김 씨는 차량을 팔아준다거나 돈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고 피해자 18명을 속여 모두 4억 5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차를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지난해 10월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고, 김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면서 항소했습니다. 김 씨가 혐의 자체는 모두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2심 재판의 쟁점은 '양형의 적절성'뿐이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올해 3월 8일 첫 재판에서 결심까지 진행한 뒤 4월 7일로 선고일을 잡았습니다. 2심 재판은 한 차례뿐이었지만 양형에 반영할 만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한 달의 말미를 준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돌연 선고일을 바꿔 예정보다 2주 일찍 선고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항소 기각.'

김 씨는 교도관의 지시로 부랴부랴 법정에 나왔고, 마음의 준비 없이 판결문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선고 이후 형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징역 2년 6개월을 유지했습니다.

1심에서 피해자 10명과 합의한 뒤, 2심에서 추가로 1명과 더 합의하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기 때문에 감형을 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 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선고일을 2주 앞당긴 것은 부당하다며 상고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대법원 파기환송 이유는…"방어권 침해"

대법원은 지난 13일 김 씨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했습니다. 2심에서 판사 마음대로 재판 날짜를 바꾼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3월 24일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에는 선고기일로 지정되지 않았던 일자에 판결선고절차를 진행함으로써 공판기일의 지정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 中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판기일에 피고인을 소환해야 하고, 검사와 변호인에게 공판기일을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김 씨와 변호인에게 사전 통보 없이 선고일이 앞당겨지면서, 김 씨의 방어권이 침해돼 불이익을 입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2주'라는 시간을 두고 대법원은 "양형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씨가 양형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아니라 오로지 '양형 부당'만을 다퉜던 점도 주요하게 고려됐습니다. 김 씨처럼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양형 부당 이유만으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
4.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즉 2년 6개월이라는 양형이 적절했는지는 2심 재판까지만 다툴 수 있었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2주'라는 시간에 의미가 있었다는 대법원의 결정으로 김 씨는 4개월 만에 춘천지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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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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