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난동’ 조선 얼굴, 머그샷 대신 ‘CCTV 사진’…실효성 논란도
부르노 마스 등 헐리웃 스타도 피하지 못한 머그샷 공개
”법·제도 정비해 머그샷 정보 적극 활용해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조선(33)에 대한 신상정보가 26일 공개됐지만, ‘머그샷’(구금 중 촬영한 사진)이 아닌 과거 증명사진과 흐릿한 폐쇄회로(CC)TV 사진만 공개돼 또다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실물과 딴판이거나 식별이 어려운 사진을 공개하면 범죄 예방 등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머그샷 공개 필요성에 대한 여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개최한 결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조선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선을 구금하는 과정에서 찍은 머그샷이 아닌 촬영 시점을 알 수 없는 과거 증명사진과 CCTV에 찍힌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피의자가 머그샷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중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2017년 ‘전 여친 가족 살인’ 사건의 이석준이 유일하다.
다만 과거 강력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시 증명사진만 공개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CCTV 사진이 추가되면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명사진을 공개한 증명사진이 피의자 실물과 차이가 커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감안해 CCTV 사진도 함께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수집한 CCTV 사진을 공개할 수는 있지만, 사진이 잘 나와야 공개를 할 수 있다”며 “(이번에는) 신상공개위에서 증명사진과 CCTV 사진을 함께 공개하는 게 실효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해상도 낮은 CCTV 사진 공개한 경찰... “미국처럼 머그샷 공개해야”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CCTV 사진은 해상도가 떨어져 흐릿하게 보이는 등 식별이 어려워 신상정보 공개 무용론이 또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강력범죄자·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피의자 얼굴 등을 공개해 추가 범죄를 예방하는 등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인데, 실물과 다른 과거 증명사진이나 식별하기 힘든 사진을 공개해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도 과거 증명사진이 공개됐지만, 실물과 차이가 커 논란이 불거졌다. 그밖에 작년 10월 신당역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과 이른바 ‘n번방’을 처음 만든 ‘갓갓’ 문형욱의 공범 안승진도 증명사진과 실물에 차이가 있었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고 피의자를 호송하는 과정에서 맨 얼굴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피의자가 모자·안경·마스크를 가리면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 서울 강남구에서 여성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경우·황대한·연지호 신상정보가 공개됐지만, 이 중 황대한은 호송 과정에서 검은색 후드 모자와 캡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맨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증명사진보다 머그샷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9일까지 국민 747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95.5%가 머그샷 공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피의자 신상공개에 소극적인 이유는 허술한 제도 때문이다. 피의자 신상 공개가 가능하다는 원론적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공개 방법이나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다. 그러다 보니 수사기관은 피의자 기본권 침해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는 다르다. 미국은 범죄자 인권보다 공익과 국민의 알 권리가 먼저라고 판단, 피의자 머그샷을 정보자유법에 따라 공개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모자이크 되지 않은 피의자 머그샷이 수시로 공개되는 이유다.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는 2010년 9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클럽에서 마약을 한 혐의로 체포된 뒤 머그샷이 공개된 바 있다.
그밖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린제이 로한, 마이클 잭슨, 키아누 리브스 등 내로라하는 헐리웃 스타들도 머그샷 공개를 피하지 못했다. 1977년 뉴멕시코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체포된 빌 게이츠 머그샷은 현재도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처럼 머그샷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정보주체(피의자)의 동의를 구해야만 머그샷을 공개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며 “신상공개 시 머그샷이 활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머그샷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서영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은 2021년 발간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를 통해 “걱정스러운 것은 ‘신상공개 제도 만능주의’ 풍조”라며 “이는 범죄의 본질을 왜곡하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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