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방만 남긴 '양평 질의'…野 "사과하라" vs 원희룡 "거짓선동"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2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이후 첫 현안질의를 이어갔으나 정치공방으로 번지며 평행선을 달렸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드러났다며 자료 제출 거부·누락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원 장관과 국민의힘은 대안 노선 추진 과정의 적법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의혹 제기를 '거짓 선동'이라고 맞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본 질의 시작 전부터 원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 간사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도 편집,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종점 변경과 관련된 4페이지가 누락됐고 페이지 수도 조작해서 공개된 것이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한준호 의원도 "장관에 대한 사과 요구는 전체적인 태도의 문제"라며 "해외출장 중 일타강사로 다시 나서지를 않나 Q&A라고 국토부에서 낸 자료에 허위사실들이 담겨 있다"고 거들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시작도 전에 정치적 공세를 한다고 하면 오늘 상임위 방향이 과학적이고 이성적이고 객관적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원 장관은 "아직 보고도 시작을 안 했는데 사과부터 하라는 건 순서에 맞지 않다. 결과를 놓고 과연 사과를 한다면 누가 해야 되는 것인지 오늘 현안질의를 통해서 밝히겠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김민기 위원장은 "사과는 양심의 문제라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그동안의 (원 장관의) 태도를 볼때 사과를 전제하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간의 태도에 대해 사과하실 의향이 없냐"고 재차 물었다.
원 장관은 자료 고의 누락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난데없이 특혜 의혹을 들고 나오고 이재명 대표가 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가면서 사실상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며 "거짓 선동으로 몰고온 민주당 전현직 대표부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원 장관에게 항의하고 야당이 이에 맞서며 소란이 벌어졌다.
다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요구한 용역사의 월간 진도 보고서에 대해 원 장관이 부재한다고 답했는데 이것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원 장관은 "실무적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던 점에 대해선 사과드린다"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날 질의 과정에선 구체적 사실관계보다 원 장관의 태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중심이 됐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백지화선언 이후 진행될 행정처리 절차를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하자 원 장관은 "제 마음속에 있는 내용을 자료로 제출해 달라? 제 마음속을 끄집어 보낼까요"라고 말해 야당에서 고성 항의가 나왔다.
김 의원이 "국토 행정을 하는 자리가 국토부 장관인데 너무 정치적"이라고 지적하자 원 장관은 "이런 수법을 저희가 한두 번 당했나. 그동안 여러 번 뭐 쇠고기, 천안함, 사드, 성주 참외, 전자파"라고 반박했다. 원 장관은 이번 사태가 민주당의 거짓 선동이란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원 장관은 "저는 거짓 선동이 중단되면 언제든지 (양평고속도로를) 정상 추진한다. 양평고속도로는 건설되고 싶다"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서 정상추진 여부는 바로 결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야당의) 거짓 선동이 임기 내내 계속된다면 다음 정부에서 해라"고 강조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장관님이 저희가 제기하는 문제를 괴담이니 날파리 선동이니 얘기하시는 건 지나친 것"이라며 "조급함 때문인지 충격요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속사정이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지금 모습은 국무위원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철민 의원은 "장관이 이런 태도를 계속 하는 이상 질문이 의미가 있나. 국회에 10여년 있으면서 야당의 문제 제기를 거짓 선동이니 날파리네 하는 얘기 들어본 게 아예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원 장관은 이날 한준호 의원에게 "행신동 1082번지가 무슨 땅인지 아느냐"고 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의원이 이에 화를 내자 원 장관은 "본인 사무실 지번이다. 모르시잖나"라고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했는데 양평군 강상면에 대통령 처가 일가의 땅이 있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한 의원의 주장에, 땅 지번을 외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알 수 없었다고 반박한 셈이다. 다만 한 의원 지역사무실은 행신동 1082번지가 아닌 1086번지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인근에 있는 김 여사 일가 땅의 개발 가능성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원 장관이 윤 대통령 처가가 보유하고 있는 병산리 땅 중 수변구역 20개 필지가 도시개발 사업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공동주택, 음식점, 숙박시설 등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런 엉터리 해명이 이 사건을 계속 키우고 있다"며 "법을 안 바꾸면 수변구역이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데 많은 해제사유가 있다. 한강수계법 제4조 2항 5조에 주거용 지구단위계약으로 지정되면 수변계약 해제가 된다. 용적률도 완화되고 아파트 개발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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