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환경분야 사내벤처 든든한 뒷배…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죠"
테스트·실증시설 확보 쉽지않아… ESG차원 기업과 손잡고 기술개발
장인환 한국환경공단 ESG혁신부처장
장인환(54·사진) 한국환경공단 ESG혁신부 처장은 공단의 환경 분야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ESG혁신부 내 사내벤처 TF를 운영해 아이디어 공모부터 외부전문가 심의를 거쳐 최종 과제로 선정된 수행자가 전담으로 사업을 수행하도록 한다. 현재 유병택(48) 과장이 과제 수행자로 근무 중인 환경공단 사내벤처 TF는 최근 '미세조류를 활용한 탄소저감 신기술'을 개발해 실증화 단계에 진입하는 결실을 맺었다. 장 처장은 "공단 내 환경 전문인력이 많다"며 "사내벤처 사업 신청을 받아 예산 등을 지원하고 특허까지 획득했다"고 밝혔다.
1995년 환경공단에 입사한 장 처장은 일자리혁신팀, 기획조정부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ESG경영처를 이끌고 있다. 장 처장은 "환경전문기관으로서 환경분야 중소기업의 성장과 신기술 개발, 지역환경문제 해결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의 탄소중립·순환경제 실현 정책에 따라 관련사업을 매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처장은 ESG경영처에 부임 후 사내밴처 공모 아이디어였던 '녹조류를 이용한 탄소저감 및 대사산물 활용개발' 사업화에 힘을 실었다. 유 과장의 아이디어에 환경공단의 사업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가 신기술 개발까지 이어진 것이다. 장 처장은 "사업구체화를 돕고자 창업 보육과정을 거치며 한단계씩 발전해 나간다"며 "창업엑셀레이터 자문 등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사업성 평가를 통과한 뒤로는 최대 4000만원의 사업비 지원과 별도의 사무공간 마련 등 사업 관리를 지원했다.
탄소포집(CCU) 기술은 에너지, 산업 공정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또는 전환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제품 등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처리해야 하며, 특히, CCU 기술은 신재생에너지와 연계 및 활용, 친환경 자원순환 측면 등에서 잠재력이 높은 탄소중립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게 화학, 생물학, 광물화로 나뉜다. 이 중 환경공단 사내벤처가 추진한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수 있는 미생물 등을 활용해 바이오매스를 생산하고 이를 바이오 기반 유용물질로 전환하는 생물학적 전환 기술이다. 특히, 미세조류를 이용한 탄소저감기술은 1990년대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돼 연료화, 의약품, 건강식품, 사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환경공단이 개발한 신기술의 특징은 탄소저감 시설에 사용되는 모든 전력을 100% 태양광 발전으로 마련하고 폐수 재활용수를 이용하는 등 친환경 저탄소 방안을 실천한 것이다. 또한, 공장 배가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미세조류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광합성 효율 극대화 △미세조류의 이산화탄소 최대 소비 유도 △ 공간 낭비 없는 효율적 배양 등이 반영됐다.
신기술을 개발했으나 실증 시설을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기업들이 ESG와 친환경 사업에 관심은 있으나 기술적 한계와 사업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여서다. 장 처장은 "사내벤처 업무를 시작하고 실증화시키기 위해 업무를 상호협력할 수 있는 기관 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테스트를 같이 진행하고 실험값을 증명할 수 있는 실험인증기관이 필요했으며 실증화시설을 설치 할 공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환경공단과 손을 맞잡은 곳은 한국필립모리스였다. 필립모리스는 미세조류를 활용한 탄소저감 신기슬 실증화 사업에 약 1억3000만원을 전액 투자하고 양산공장 부지를 제공했다. 해당 장치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연간 약 2.1t 저감할 수 있다. 장 처장은 "필립모리스 등 일반적인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가치를 극대화 시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지만 이제는 기술선점 능력을 우선시하고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공단은 올해 9월까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검증하고 올해 10월 중 관련 시설을 필립모리스에 인계할 예정이다. 또한, 시설에서 회수한 미세조류는 료 또는 사료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무상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포집에 쓰이는 미세조류는 활용이 끝나면 바이오연료, 비료, 사료 등 친환경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해서다. 장 처장은 "생물학적 전환기술을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가격제도와 연계해 환경과 무역정책에 대응하고, 바이오매스를 통한 바이오연료, 색소, 사료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유용물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밴처 TF는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 실증화시설을 통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중장기적 로드맵을 설정해 환경공단 신규사업으로까지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이번 사례처럼 민간과 손을 잡고 다양한 기술 개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환경공단은 인천시, SK인천석유화학 등과 협업해 환경분야 중소기업 기술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 중이며 관련 예산도 지난해 대비 올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장 처장은 "환경공단이 온전히 온실가스 감축, 환경문제 해결 등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ESG 차원에서 기업들이 같이 투자를 확보하고 제도적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도움이 되도록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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