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똘똘한 한 채 믿고 `평생연금`… "집값 떨어지기 전에 들어야죠"

상반기만 8109건 신규… 전년대비 17.1% 증가
10월 가입조건 12억이하 완화로 14만가구 혜택
집값 하락세에 연령대↓… 이를수록 액수 유리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호 넓어진 주택연금… 언제 가입하면 좋을까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에 사는 직장인 A싸(58). 은퇴를 앞둔 그는 최근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 요건 공시가격 요건을 9억원이하에서 12억이하 주택으로 완화한다는 소식에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1층인 A씨의 아파트 공시지가는 11억6500만원 정도. 그동안은 주택연금 가입자격이 없었지만 오는 10월12일부터 조건이 완화하면 자격을 얻을 수있다. A씨는 "평생 직장 생활을 하며 아파트 한 채 장만한 것이 전부"라면서 "주택연금에 들면 지금 집에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을 위한 보유 주택의 공시 가격 요건을 9억원에서 12억원이하로 완화한다. A씨처럼 고가 주택에 살더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해 안정적으로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길이 열리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집을 가진 만 55세 이상 고령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자기 집에 살면서 일정 기간이나 평생 연금을 받는 제도다.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건수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커지는 주택연금 시장

주택금융공사(HF)가 최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8109건이다. 이는 작년 동기(6923건) 대비 17.1% 급증한 것이다. 2007년 주택연금 도입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상반기 기준 주택연금 신규가입 건수는 2019년 6044건에서 2020년 5124건, 2021년 5075건으로 감소했다.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 그러나 집값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6923건, 올해 8109건으로 2년 연속 급증했다.

가입자 증가로 올 상반기 연금 지급액은 1조185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739억원) 대비 35.7%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주택연금 지급액이 1조원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주택연금 총 가입건수(유지 기준)는 6월 말 기준 8만9417건으로, 누적 연금지급액은 모두 8조8692억원이다. 상반기 주택연금 해지건수는 1633건으로 작년 동기(1916건) 대비 14.8%, 사상 최대였던 2021년 상반기(2633건) 대비로는 38% 줄었다.

◇주택연금 가입자 증가 왜?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집값 하락세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연금방식으로 매달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평가한 주택 시가에 따라 정해진다. 집값 하락 국면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입 신청을 하는 것이 월 수령액 측면에서 유리한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점치기에는 이른 만큼 상반기에 주택연금 가입을 서두른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가입자 기준 주택연금 가입 주택의 평균가격은 3억7100만원이다. 수도권이 4억3400만원, 지방이 2억3700만원이었다. 평균 월지급금은 117만6000원으로, 수도권이 134만3000원, 지방은 82만2000원이었다. 지역별 가입자 비중은 수도권이 68%, 지방이 32%로 나타났다.

◇10월부터 문턱 낮아진다

정부는 주택금융공사법을 개정했다. 시행령 개정 작업을 거쳐 10월12일부터는 주택연금 가입문턱을 낮춘다.

주택연금 가입을 위한 보유 주택의 공시 가격 요건이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크게 낮아진다.

'12억원 이하 주택'은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공시가격과 시세 간 격차가 통상 3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실거래가 기준 13억원에서 17억원 정도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의 합산 공시 가격이 12억원을 넘지 않으면 되고, 주택연금 산정은 살고 있는 집의 시세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가입 요건을 이처럼 완화하면 14만여 가구가 추가로 가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언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한가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평가한 주택 시가로 결정한다. 집값 하락 국면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입 신청을 하는 것이 월 수령액 측면에서 유리해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집값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9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오는 10월부터는 관련법 개정으로 12억원 이하로 크게 완화된다. 고가 주택에 살더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해 안정적으로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길이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락하던 집값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연금 가입문턱이 낮아졌지만 집값 움직임 등도 따져보고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주택연금, 집이 비싸다고 무조건 늘어나는 것 아니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당시 주택가격, 지급방식, 월지급금 지급유형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완화되면 지금보다 고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주택연금의 월 지급액수가 집값에 비례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주택금융공사법에 따르면 연금 지급액 한도가 현행 소득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시세 12억원)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가가 공시가격 12억원을 넘더라도 연금 수령액 산정시 공시지가 12억원 주택 가입자와 동일한 액수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예를들어 70세인 고령자가 평생 같은 돈을 받는 방식의 주택연금에 가입한다고 할 때, 집값(시세 기준)이 10억원일 때까지는 월 지급액이 계속 늘어나지만 그 이상부터는 집값이 비싸다고 해서 연금을 더 주지 않는다.

현재 시세 12억원 상당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만 65세의 월 수령액은 261만5000원이다. 만 70세는 276만3000원, 만 75세는 월수령액 297만원, 만 80세는 월 수령액 331만원 선이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