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하정우 "머뭇거림이 없었죠"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3. 7.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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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 하정우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기시감에 가로막히지 않았다. '비공식작전' 하정우는 오로지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에 열중할 뿐이다.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제작 와인드업필름)은 중동과 외교관 민준(하정우)이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납치된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현지 한국인 택시 운전사 판수(주지훈)과 공조하는 버디 액션물이다.

'비공식작전'은 하정우가 오랜만에 극장에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하정우는 "원래 2020년 3월 초가 크랭크인이었는데 코로나19가 터져 연기가 됐다. 마침내 2022년 2월에 기회를 얻어 촬영을 시작했다. 넷플릭스 '수리남' 도미니카부터 시작해 '비공식작전' 모로코까지 반년 넘게 해외생활을 했다. 굉장히 오랜 시간 해외에서 와 군대 갔다 온 느낌이다. 좀 낯설기도 하고 다시 배우 하정우로서 자리, 일상을 찾아가는 느낌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공식작전' 촬영 후 소감을 군대에 다녀온 느낌이라고 비유한 하정우. 넷플릭스 영화 '수리남' 촬영지 도미니카에서부터 '비공식작전'의 모로코까지 반년 넘게 해외서 지냈다고 한다. 하정우는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 한 챕터를 끝냈다는 느낌도 있고 복합적인 심정"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정우는 "모로코 생활은 주지훈과 저 밖에 없었다. 바닷가 절벽 위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을 했다. 한국처럼 편의시설이나 집의 상태가 좋지는 못했다. 전기를 조금만 쓰면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상황도 있었고, 이슬람 국가라 양고기와 소고기만 먹더라. 음식이 참 힘들었었다"며 "돼지고기가 없어 한국에 있는 제작진에게 스팸을 좀 준비해 달라고 했다. 업소용 스팸을 10박스를 보내줘 4개월 내내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해외 생활의 불편함보다 하정우에게 중요했던 건 자신의 맡은 캐릭터의 '톤 앤 매너 찾기'였다. 극 중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 역을 연기한 하정우는 현지 택시 기사 판수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과 적당한 선을 찾아갔다고 한다.

하정우는 "실화를 바탕으로 기획한 작품이기에 실제 인물이 겪은 엄청난 고난과 비극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란 고민이 많았다. 어느 정도의 선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희극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촬영 1주일 전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판수와 민준이 만나 한적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언급했다. 하정우는 "대본은 실제로 딱딱했다. 리허설을 하다 보니 1차원적으로 가볍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으로 블랙코미디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 정도 선에서 재미를 주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하며 톤 앤 매너를 정해갔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들개들에 쫓기거나, 건물에 매달리는 장면,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신도 소화했다. 건물에 매달리는 장면을 회상한 하정우는 "엄청 무서웠다. 7월에 옥천에서 찍었는데 매일이 폭염주의보였다. 가죽재킷을 입고 찍었는데 더위도 만만치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카체이싱 중 골목에 차가 끼는 장면도 떠올렸다. 하정우는 "굉장히 위험한 동네였다. 대기할 공간도 없었고, 누가 건물 위에서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다. 주지훈은 유리병에 맞을 뻔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동네 청년들을 섭외해 완장을 채워준 뒤로부터는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쓰레기 매립장에서도 촬영했다고. 하정우는 "감독님은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곳만 골라가면서 촬영을 하는지. 진짜 피곤하다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하정우는 "카체이싱 장면도 그렇고, 들개들한테 쫓겨서 판수를 만나는 장면까지 아틀라스 산맥이 보이는 장면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아름다움과 민준의 피곤함이 절묘하게 어울리더라"며 "모로코에서의 기억은 하루하루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주지훈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라틴댄스를 추는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는 하정우는 "배우와 리허설을 해보면 몸, 마음을 던져서 하고 있구나라 느낄 때가 있다. 이전 작품들을 하면서 전도연 선배, 김윤섭 선배에게 이런 걸 느꼈다. 마음이 편해지고, 경계심이 풀리고 본 촬영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이뤄진다. 주지훈 배우와는 그런 순간들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사석에서 빌드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경계심 없이 잘 진행되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반면, 두 사람의 호흡에 '기시감이 든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하정우는 "매번 부담된다. 기시감이 충분히 들 거라는 건 모두가 염두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피할 수는 없고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인지, 해낼 수 있을 것이 뭔지, 단점보다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터널' 김성훈 감독과도 재회한 하정우다. 그는 "감독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다"며 "독단적인 시선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 기간에 거쳐진 검증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배우와 대화를 하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작업하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는 보람된 시간들인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번에 많은 것을 배우는 현장이었다"고 얘기했다.

하정우는 "모든 장면들을 시나리오 활자보다는 리허설을 통해 꼼꼼히 맞추고 시작해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만큼 온도, 맛이 배가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정우가 고난이 커질수록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말에 "(관객들이) 그런 모습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 것을 김성훈 감독이 잘 뽑아내고 재료로 잘 쓰시는 것 같다"고 감독에 대한 믿음을 재차 표현했다.

특히 '비공식작전'과 더불어 이번 여름 극장가는 '더 문' '밀수' 등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용화 감독과 한 차례 작업을 했던 하정우는 "경쟁한다는 상황이 아쉽긴 하지만, 다 같이 응원하고 파이팅 했으면 좋겠다. 다시 한국 영화가 부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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