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여가부 폐지 우려하자, 정부 "폐지는 오해"

2023. 7.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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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김현숙 역설'? 여성계 "정부 답변, 황당한 거짓말"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을 고수해오던 정부가 이에 우려를 표하는 유엔(UN) 측 공개서한을 받자 '정부조직개편안은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26일 유엔 등에 따르면 림 알살렘(Reem Alsalem)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과 여성차별실무그룹이 한국정부에 보낸 공개서한과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먼저 지난 5월 22일 한국정부에 전달된 특보 등의 서한엔 한국정부의 여가부 폐지 시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 표명이 내용으로 담겨있었다. 특보 등은 특히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을 삭감하려 하거나, '폭력' 개념에서 젠더라는 요소를 더 이상 명시하지 않으려 하는 시도 등을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여가부의 모든 기능은 축소 없이 지속될 것"이라 발언했지만,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로 인해 여가부가 실제 폐지되기도 전에 "이미 관련 기능과 업무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유엔 측의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국에서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은 이들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칠 것"이며, 폐지될 경우 "여가부의 기능이 타 부처 및 산하 기관으로 분산"되어 "성평등을 보장하고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서한을 접한 한국 정부는 여가부 폐지 방침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공개된 정부답변을 보면 정부는 "조직개편안은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기능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수행해 온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으로 개편·통합하는 것"이라며 "여가부가 수행하던 정책과 기능이 축소되거나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답변은 지난해 5월 장관 취임 당시 김 장관이 내세운 '여가부 폐지 논리'와 맞닿아 있다. 당시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여가부가 수행하던 실제적인 역할과 기능"을 부처 통폐합을 통해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김현숙의 역설' … '여가부 폐지'로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겠다?)

'여가부를 폐지함으로써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식의 해당 주장은 당시에도 "구체적인 대안이나 보완 방안이 없다"(권인숙)는 점에서 야당 측 여가위 위원들로부터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들었지만, 김 장관은 당시 이에 대해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같은 상황이 이번 서한과 답변에서도 반복됐다. 특보 등 또한 이번 서한에서 △성평등 및 여성 권리에 관한 전담부처를 유지할 것 △성평등 관련한 여가부의 권한을 강화할 것 △성평등 업무를 가족 업무의 일부로 두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지할 것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가입국으로서의 의무이자 제8차 CEDAW 한국 정부 심의 최종견해 권고대로 여가부에 충분한 예산, 기술 및 인력을 배치할 것 정부에 촉구했고, 정부는 '여가부 폐지는 여가부 기능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계는 "당초 정부와 여당의 여가부 폐지 의도는 명확했다"라며 "(정부가 유엔에) 황당한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 900여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지난해 11월 발족한 연대체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가부 폐지라는 본질을 호도하며 국제사회에 기가 차는 거짓말을 일삼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심히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은 대선과정 및 외교실책 등 지지율 위기 국면에서 지지율 상승을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등장했다는 점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국회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가 사라지고, 국무회의에서의 장관 의결권 또한 상실된다는 점 △부처 폐지안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이 '밀실 협의' 등 비민주적인 과정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정부의 논리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가) 이제 와서 정부조직개편이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여가부가 일을 더 잘 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질을 호도하는 탓에, 대한민국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에서까지 뻔뻔한 태도로 부끄러운 지경에 놓였다"라며 "정부와 여당은 국내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엄중히 수용하고, 여가부 폐지안을 공식적으로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한국권고 현장에서도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당시에도 "(여가부가 폐지되어도) 여가부의 정책과 업무는 축소·약화되지 않을 것"이며, 기능 이관 등을 통해 "여성과 아동 등을 더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답해 국내외 여성계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관련기사 ☞ 정부, UN서도 '여성부 폐지로 여성부 기능 강화' 답변 … 여성계는 "기만")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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