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물질 이젠 못 하려나" 오염수 방류에 근심 어린 울산 어민
통발어선 어민 "오염수 방류 시작되면 직격탄 맞을 것"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거리 조성 이후 하루 만에 철거
"처자 때부터 했던 물질인데 이제 할 수 있으려나 몰라. (일본 원전) 오염수 바다로 나오면 전복이고 미역이고 죄다 못 따지 싶다."
울산 북구 신명동 어촌마을에는 '큰잠수'(숨을 오래 참으면서 물질에 능숙한 해녀)라 불리는 해녀가 4명 있다. 과거 수십명에 달했던 이 동네 해녀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둘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를 떠났고, 이제는 70대 어르신 몇 명만이 물질을 하며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북구 신명동 파란색 지붕집에서 이 동네 큰잠수 중 한 명인 오영화(70)씨를 만났다. 그녀는 고향인 신명동에서 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물질을 배웠다. 남편을 따라 잠시 경남 거제로 이사를 갔지만 30대 중반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때부터 줄곧 물질을 해왔다.
오씨는 2~3월에는 미역을 채취하고, 여름철에는 전복과 해삼, 성게 등을 주로 잡는다. 일흔의 나이지만 한번 바다에 들어가면 4시간은 거뜬히 물질을 해낸다. 그녀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물질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평생 업으로 여겼던 물질을 계속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 안 좋게 본다. 우리나라 전체에 다 안 좋은 거 아이가. 이제 전 국민이 수산물 안 먹을 건데 그러면 물질해서 잡은 물건도 못 팔 거다. 오염수 방류되고 나면 해녀들 뭐 먹고 사나? 나라 안 시끄럽게, 주민들 좀 편안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고깃배를 타는 어민들의 근심도 깊다. 울산 북구 신명동에서 통발어선을 운영하고 있는 김화복(62)씨. 울산시어선인연합회 북구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2021년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을 당시 울산 동구와 북구지역 어선 120여척을 모아 두 차례에 걸친 해상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40여년 동안 바다 생활을 해온 김씨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시점부터 조업일수가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주로 잡고 있는 갑오징어와 문어를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조업일수는 284일이었지만 올해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씨는 "4월에서 6월 말까지 갑오징어가 많이 잡히는데 예년에는 두세달 동안 2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800만원 밖에 벌지 못했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이 커진 이후 수산물을 사려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도 이렇게 수익이 줄었는데 방류가 시작되면 어민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동구와 북구지역에서는 어선인연합회 소속 어민들이 200여척의 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원전 오염수 방류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울산에서는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거리가 등장했다가 주민 민원으로 하루 만에 철거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울산공동행동'은 지난 24일 동구지역에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거리를 조성했다. 현수막 거리 조성에 동참한 시민들은 1만원을 내고 자신의 이름을 현수막에 올렸다. 울산공동행동은 남목삼거리~안산사거리 0.25㎞와 등대사거리~찬물락사거리 1.3㎞ 구간에 100여개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거리는 불과 하루 만에 사라졌다.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민원이 잇따른데다 해당 현수막이 지정 게시대 밖에 걸렸기 때문에 이를 불법이라고 판단한 동구청이 철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울산공동행동 관계자는 "동구지역 어민과 수산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이색적인 의사표현 방식을 찾다가 현수막 거리를 조성하게 됐다"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주민이 참여하는 등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는데 이를 반대하는 민원 때문에 현수막이 하루 만에 철거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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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CBS 이상록 기자 jjay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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