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갈라치기, 윤석열의 갈라치기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
이스라엘이 두 쪽이 났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법원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정비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건국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 7개월 동안 일어났으나, 네타냐후 극우 연정은 23일 의회에서 이를 강행했다. 찬성하는 쪽도 맞불 시위로 거리에 나서, 반대 시위를 압도하려 한다.
이스라엘 위기는 정치·사회 양극화가 원인이다.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우경화에 추동됐다. 그 주역이 네타냐후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은 1977년에 처음 집권했고, 현재 연정에 속한 극우 유대민족주의 정당이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도 그때부터 득세했다. 당시는 건국 주도 세력인 노동당이 주도한 이스라엘이 4차례의 중동전쟁에서 승리하고는 중동평화협상에 나설 때이다.
협상은 점령지 반환을 의미했다. 점령지에는 건국 이후 온 이민자들이 주로 살았다. 이들은 협상을 반대했다. 건국 직전에는 중부 및 동유럽 출신의 아슈케나지 유대인 중심으로 65만명이었는데, 건국 직후인 1949~1952년 약 50만명 이민자가 들어와 하류층을 형성했다. 세파르디계 유대인으로 불린 이들은 아랍어 등 현지어를 쓰는 유대교도였다. 이들은 이스라엘로 이주하면서 ‘유대 민족’의 정체성을 부여받자, 기존의 아슈케나지보다도 더 유대인 정체성을 내세우려고 했다. 아랍계 주민들에 대한 반대와 증오로 표현됐다.
리쿠드당은 이들의 불만과 반대를 불 지펴, 창당 4년 만인 1977년 총선에서 집권해 노동당 정권을 처음으로 종식시켰다. 세파르디의 32%만이 노동당을 지지했다. 주류 정당으로 올라선 리쿠드당은 점령지 반환에 소극적이었고, 오히려 그 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 중동평화협상은 번번이 좌초되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파국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약속한 중동평화협상의 최고봉인 오슬로협정을 붕괴시킨 네타냐후가 주도한 1996년 총선에서의 리쿠드당 승리였다. 오슬로협정을 주도한 노동당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극우분자에 의해 암살되자,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은 오슬로협정 반대를 내걸고 승리했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70만명의 러시아계 유대인이 이민 온 것도 네타냐후의 향후 장기집권에 토대가 됐다.
네타냐후는 대팔레스타인 강경책으로 찬반 세력 양분화를 통해 지지층을 강화하는 ‘갈라치기’를 정권 획득과 운용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그의 장기집권(2009~2021년)으로 이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부패 혐의가 터져나오자, 이 ‘갈라치기’는 절정에 올랐다. 권좌에서 물러나기를 거부한 네타냐후 때문에, 이스라엘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무려 다섯번이나 총선을 치렀고, 결국 네타냐후가 승리했다.
네탸냐후의 갈라치기로 극우 세력이 득세했고, 이들은 네타냐후와 리쿠드당을 극우화로 견인해 나갔다. 2022년 11월 총선에서는 결국 극우 유대민족주의 정당인 종교적시온주의당(14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18석)이 리쿠드당(34석)과 대등한 연정을 꾸리게 됐다.
네타냐후는 반대 시위에 사법정비를 연기하는 듯했으나, 인종주의 범죄 경력을 지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치안장관 등 극우 세력이 연정 탈퇴를 위협하자, 결국 강행했다. 네타냐후의 갈라치기로 성장한 극우 세력들이 네타냐후를 추동한다.
윤석열 정부 이후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을 악마화하고 이를 둘러싼 유권자층 양극화라는 갈라치기를 통해 극우 세력의 신장을 추동한다. 윤 대통령도 북한과 중국 등을 악마화하고 이를 매개로 한 유권자층 양극화를 통해 극우 지지층을 신장시키려 한다. 네타냐후의 정치 양익이 극우 유대민족주의 세력과 유대교 정당이라면, 윤 대통령의 양익은 검찰과 극우 유튜버들이다.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다비드 벤구리온 전 총리는 죽기 전에 “내가 아랍 지도자라면 이스라엘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다. 우리가 그들의 나라를 빼앗았다”고 말하는 원죄 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은 테러분자 아랍인들의 대량 추방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시위 탄압을 이용해야만 한다” “내가 무엇을 해도 누군가는 나를 비판한다”는 등의 말로 이스라엘의 원죄 의식을 걷어찼다. 윤 대통령도 대북한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나 종전선언을 “반국가세력”들이 한 행동이라며 보수 정부에서 추진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관계 확대를 걷어찼다.
네타냐후는 대결과 분열에 아랑곳 않고 사법정비를 더 밀고 갈 것이다. 윤석열 역시 네타냐후와 같은 길을 갈 것이다. 갈라치기와 양극화는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하고 유리한 길이기 때문이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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