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78.5조 에코프로그룹 '요동'에···포스코·LS까지 '출렁'
에코프로 장중 변동폭 26% 달해
코스피 2차전지 대표주도 '움찔'
시총 증가액 삼성그룹 이어 2위
"지나친 쏠림 현상으로 시장왜곡"
코스닥 황제주 에코프로(086520)의 기침 한 번에 국내 증시 전체가 요동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닥뿐 아니라 코스피 상장 국내 대기업들까지 에코프로의 주가 움직임에 희비가 달라질 정도였다. 포모(FOMO·fearing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증후군에 빠진 개인에 쇼트커버링에 나선 외국인까지 더해지면서 에코그룹은 증시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지나친 쏠림 현상으로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2차전지주들은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5.03%(6만 5000원) 하락한 122만 8000원에 마감했다. 130만 3000원에 출발해 오후 한때 19% 급등한 153만 900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한 시간 만에 113만 6000원으로 떨어지는 등 하루에 주가가 26.1%의 변동 폭을 보였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전날보다 1.52%(7000원) 내린 45만 5000원을 기록하며 7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했다. 주가는 장중 58만 4000원에서 42만 8500원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다.
대장주의 움직임을 다른 2차전지주들도 답습했다. 코스닥에서는 천보(278280)(-5.68%), 나노신소재(121600)(-7.1%), 엘앤애프(-5.4%)도 큰 변동성을 보이며 급락했다. 코스피의 2차전지 대표격인 포스코홀딩스(-4.2%)와 포스코퓨처엠(003670)(-6.3%), LG에너지솔루션(373220)(-2.3%)도 에코프로그룹의 등락에 영향을 받다 일제히 하락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장중 변동 폭이 21.5%에 달했고 SK이노베이션 주가도 16.3%나 등락했다.LS그룹 지주사 LS 역시 한때 주가가 25.9% 급등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5.9% 하락 마감했다.
에코프로그룹주는 단순히 업종뿐 아니라 지수도 흔드는 모습이다. 코스닥 시총의 18%를 차지하는 에코그룹 3형제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코스닥지수도 7.3%포인트나 오르고 내렸다. 코스닥 거래 대금은 26조 2002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에코프로비엠(5조 5738억 원)과 에코프로(4조 987억 원)가 34.6%를 차지했다. 에코프로그룹주가 이날 장중 최고가를 기록할 때는 코스닥 역시 956.4포인트로 장중 최고치를 찍었다.
에코프로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1252% 급등해 13배 넘게 상승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시가총액 순위가 115위에서 13위까지 뛰어올랐다. 에코프로비엠은 26일 종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58배, 에코프로는 83배다. 하지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쇼트커버링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8거래일 만에 에코프로는 24.2%, 에코프로비엠은 61.6% 급등했다.
코스피에 상장된 대기업 계열 2차전지 업체의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4일 만에 49만 원에서 63만 원으로 28.5% 오르며 시총 50조 원을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최근 4거래일 동안 17% 급등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 찾기 붐에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LS그룹주는 25일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음극재 사업을 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도 이날 6.3% 급등했다.
증시 자금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코스닥 시총은 120조 원 늘었는데 에코프로그룹의 시총이 66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코스닥 시총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에코프로그룹이 끌어올린 셈이다. 에코프로그룹 3사의 시총 합은 78조 5376억 원이다. 에코프로그룹의 올해 시총 증가액은 삼성그룹(90조 원)에 이어 2위다. LG그룹(44조 원)과 현대차그룹(25조 원) 증가액도 뛰어넘는다. 올해 개인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136조 원이나 매수하며 올인하는 모습이다.
에코프로 신드롬의 배경은 양극재 기술력에 있다. 전기차의 심장인 2차전지의 핵심이 양극재인데 리튬이 주재료다. 리튬 가격 급등에 양극재도 비싸지다 보니 리튬을 줄이고 니켈을 극도로 늘린 ‘하이니켈’ 양극재가 상용화되고 있다.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 회사는 전 세계에 단 4곳(에코프로비엠·LG화학·엘앤에프(066970)·포스코퓨처엠)뿐이다. 그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의 경쟁력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적 측면에서 분기당 이익이 30~60% 고성장하는 점도 투자자들을 불러 모은 배경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매출은 8조 85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12조 5810억 원으로 4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5260억 원으로 38%, 내년에는 8810억 원으로 68%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시에서는 지나친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그룹주의 급락으로 다른 종목들에도 악재가 번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급과 심리 변수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이성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차전지의 급락이 타 업종 동반 하락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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