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복권승 터무니연구소 대표 "마을 소멸 막으려면 공동체 키워야"
프라이버시 만큼 중요한 '현대사회 네트워크', 주민 자치권이 해답
오랜 시간 친근한 이미지로 자리를 지켜온 마을의 존재. 마을의 번성을 꾀하고 소멸을 막아온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칭타칭 '마을 지킴이' 복권승 터무니연구소 대표(사진)를 만났다.
복 대표는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서울로 대학을 다녔다. 20대를 다 보내기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고 자란 마을의 쇠퇴를 막기 위해 귀향을 결심했다. 서울 출신 동기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축되곤 했다. '도시 출신의 이들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던 그는 문득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지식에 대해선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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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대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마을 주민 입장에선 이런 원조를 받으려면 서류절차도 까다롭고 쓸 수 있는 용도도 한정되어 있어 불편한 점이 많다"며 "정부 지원이 어려운 이른바 '정책 사각지대'를 민간 활동가들이 나서서 보다 빠르게 연결한다"고 말했다.
많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지켜야 할 대상인 농촌 마을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총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 위험에 처한 곳은 118곳으로 절반 이상이다. 전북의 소멸위험지역 비율은 92.9%, 강원은 88.9% 등이다.
그는 마을 소멸을 '식물들의 병'에 비유했다. 조직 하나가 병에 걸리면 증상이 점차 옮겨가는 것과 지역의 사라지는 과정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복 대표는 "청년층이 살던 지역에서 결혼을 못 하고 그래서 마을에 아이가 사라지게 된다"며 "이는 연쇄 반응을 일으켜 지역 간 양극화의 원인이 되는데 이를 막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복 대표는 농촌 마을의 소멸에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대다수 기업은 본사를 수도권에 두고 지방에 생산 시설만 배치한다. 환경 오염은 지방에서, 자본은 도시에서 형성되는 구조다. 지방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는 "도시도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고 본다면 도시 마을 공동체 또한 소멸을 앞두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웃과 단절돼 자신만의 공간에 둥지를 튼 1인 가구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국가 사이의 관계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선 마을에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예컨대 유일한 교통수단이 스쿨버스뿐인 농촌 마을이 있다면, 스쿨버스는 교육부 소관이므로 교통 약자인 노인들의 탑승을 허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을 전체를 한 바퀴 순환하는 스쿨버스를 이용하면 교통 인프라가 확충돼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도 규정이 없어서 안된다.
복 대표는 "마을 주민의 스쿨버스 공동 사용을 결정하는 학교 교장이나 이를 협의하고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읍·면·리의 장, 해당 마을을 담당하는 판사 등을 모두 마을 사람들의 투표로 뽑는다면 가능하다"며 "헌법 개정을 통해 보다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이 마을 번영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농촌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환경 오염도 사회적 자본 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복 대표는 "지금 농촌 마을에서 오염원을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건 많은 에너지와 시간, 자본이 들어가는 일"이라며 "환경 오염을 막는 게 아닌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고를 근간으로 지역사회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에서 흔히 하는 쓰레기 소각을 멈추는 대신 이를 모아 판매했을 때 일종의 보상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복 대표는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8000회 이상 강연에 나섰다. 그는 "비공식적 통계론 국내 1등일 것"이라며 웃었다. 마을을 주제로 한 각종 이야기를 공유하고 노래와 휘파람 등 개인기를 동원해 울타리를 허물기도 한다고.
마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묻자 '온고지신의 마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함께 모여 살고 서로에 대해 잘 알며 두터운 신뢰관계를 형성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유대관계가 비효율성으로 이어지는 공동사회와, 공동체 정신은 옅어졌으나 효율 추구에는 문제가 없는 오늘날의 이익 사회 사이 어디엔가에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다.
복 대표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받지만 거기서 조금만 나아가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합리적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적당한 익명성이 보장되고 네트워크 형성도 가능한 공용 공간을 늘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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