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절반 이상 "지방은행→시중은행 전환, 효과 없을 것"

박성호 기자 2023. 7. 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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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은행권 경쟁 촉진' 설문
“기존-신규진입銀 체급차 커”
49명 중 26명 "실효성 미미"
인뱅·지방銀 신규 인가 추진엔
27명 "필요성 있다" 긍정 평가
저축銀 M&A 활성화도 호의적
[서울경제]

국내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절반 이상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거나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은 은행권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금융사 CEO 49명을 대상으로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방안’과 관련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26명(53%)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전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CEO는 1명이었으며 25명은 ‘다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방안으로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 적극 허용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추진 △특화전문은행 지속 확산 △저축은행 간 M&A 범위 확대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 비율 50%로 일원화 △외국은행 지점의 원화 예대율 규제 개선 등을 내놓았다. 현재 과점적 구조인 은행 산업에 추가 플레이어들을 진입시켜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진 설명

하지만 금융사 CEO들은 금융 당국이 내놓은 방안 중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한 금융사 CEO는 “지방은행으로 전환 가능한 규모를 갖춘 저축은행이 많지 않다”며 “또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지금도 서울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만큼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도시에 대한 영업 커버리지가 확대되는 정도일 텐데 사업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CEO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저축은행의 고유한 역할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으며 한 금융지주 CEO는 “기존 은행과 신규 진입 은행 간 체급 차이가 있는 만큼 경쟁 촉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신규 인가 추진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중 27명(55.1%)이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 CEO도 38.8%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다수 경쟁 체제로 전환돼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효과로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지방은행장은 “과점 구조의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 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CEO들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 “기존 시장도 독과점이 아니다”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현재 은행 수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신규 진입 은행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저축은행의 M&A 확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현실적으로 M&A가 활발하게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였다. 응답자 중 34명(69.4%)이 저축은행 M&A가 활발해진다면 저축은행의 경쟁력 제고와 부실 저축은행의 선제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1명(22.4%)에 불과했다. 한 저축은행 CEO는 “M&A 규제가 완화되면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50%로 일원화하고 외은 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를 완화한 것에 대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는 CEO가 69.4%에 달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기업들의 대출 선택권 확대와 금리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57.1%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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