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막고, 초등학교 앞서 욕설·장송곡 …"선 한참 넘었다"
전장연 시위·용산일대 확성기
처벌 규정 교묘히 피하려
5분씩 끊어서 강한 소음 '골치'
대통령실 "국민 기본권 침해
금지 시간 등은 충분한 논의"
◆ 집시법 개정 추진 ◆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났던 지난 12일.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는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소리가 여전했다.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욕설은 신용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귀에 고스란히 꽂혔다. 이촌역 인근 대규모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이 지역에 오래 거주했다는 한 40대 여성은 "아이들이 들을까 무서운 말들이 확성기를 통해 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면서 "만족하며 오래 살아온 동네인데 이사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실이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3번째 국민제안 안건으로 올리고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한 것은 이 같은 집회·시위의 심각성에서 비롯됐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시위에 평범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고 폭력적인 집회·시위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국민제안 홈페이지 참여 건수에서도 나타났다. 직전 국민제안 주제였던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수신료 징수와 관련해 찬반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5만8251명이었지만 이번에는 무려 18만2704명이 몰렸다. 그동안 치러진 국민제안 찬반 투표 가운데 가장 참여자가 많았다.
상당수 참여자가 과도한 집회와 시위로 일상이 흔들리고 사생활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어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국민제안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한 4가지 분야는 이 같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먼저 출퇴근 시간대에 대중교통 이용을 방해하거나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에 대한 부분이다. 이미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로 열차 운행 지연과 무정차 통과 조치 등이 이뤄져 1년 넘게 피해를 입고 있다. 삼각지역은 4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라 피해가 더 크다.
이는 집단 이기주의와 연관돼 있다. 사안과 관련해 협상 당사자가 아닌 시민을 볼모로 잡은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장과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전장연은 거꾸로 죄 없는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도로 점거 행위는 이동의 중심인 시내 한복판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보건의료노조 등 약 2만2000명(경찰 추산)을 동원해 동화면세점부터 세종대로 대한문 방향 편도 5개 차로 900m가량을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했다. 도로뿐 아니라 건널목까지 통제돼 시민들은 인근 지하차도로 돌아가 길을 건너는 등 통행에 불편함을 겪었다.
또 하나는 확성기 등을 활용한 지나친 소음집회와 심야·새벽 시간 집회다. 대통령실 주변에는 아파트가 즐비한데,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실 바로 건너편 용산파크자이와 용산월드마크 주민들은 심야와 주말 집회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민원을 넣는 데 여념이 없다.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평일 저녁에 퇴근해 쉬려고 해도 집회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주말에는 시끄러워서 집에 있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인천 영종 하늘도시 내 한 아파트 신축 건설 현장에서 자신들을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건설노조 측이 오전 6시부터 확성기와 음향기기를 동원해 집회를 벌이자 인근 시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녀 육아에 대한 악영향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 초·중·고교 인근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와 시위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대통령실이 국민의 건강·휴식과 학생들의 학습권·안전을 저해하는 주거지역이나 학교 인근 집회에 대해 피해 방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대통령실과 꽤 거리가 있음에도 주된 집회와 시위의 장소가 되는 이촌동과 서빙고동 일대는 1만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두 주택가와 함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도 때도 없는 시위와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욕설과 장송곡으로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시위대는 시간당 3번 이상 기준치(병원 인근 65㏈, 기타 지역 75㏈)를 초과해야 경찰 개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2번만 기준 초과 소음을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낸 후 나머지 5분간 방송을 꺼버리는 식으로 단속을 회피하는 편법을 동원한다.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사람에게 모욕을 줄 수 있는 구호나 낙서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규제가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이 애매해 실제로는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인혜 기자 / 권선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유명 웹툰작가, 자폐 아들의 특수교사 ‘아동학대’로 신고 - 매일경제
- 카페 절반이 채소밭인데도 사람 몰린다는 ‘이곳’ - 매일경제
- 신림 살인사건 용의자 33세 조선씨…“범행 잔인성 중대성 인정” - 매일경제
- 더 강해진 3천만원대 포르쉐 킬러…‘정의선 승부수’, 현대차 아반떼N 출시 - 매일경제
- “밥 먹고 왔는데 무슨 일”...153만원, 50분 지나자 113만원 됐다 - 매일경제
- 폴더블폰, 틈새 아닌 대세된다 … 종주국 위상 높이 펼친 삼성 - 매일경제
- “판이 바뀌었다”…이젠 비싼 월세 대신 전세 이자 선호 - 매일경제
- “유명 가수에 속옷 던졌을 뿐인데”…하루아침에 스타된 애기엄마, 왜? - 매일경제
- 증시 거래액 20% 두 종목에 쏠려 … 개미들 폭탄돌리기 - 매일경제
- 제일렌 브라운, 보스턴과 3억 400만$ 계약 연장...NBA 최대 규모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