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독재' 캄보디아 훈 센, 아들에게 총리직 물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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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간 장기집권 중인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장남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2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영자지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이날 오후 국영방송 특별연설을 통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이를 국민이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장남 훈 마넷이 새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훈센 총리의 은퇴는 지난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이 승리를 거둔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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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야당 총선 출마 봉쇄하며 권력 승계
은퇴 후에도 여당 대표로 '상왕' 군림할 듯
후계자 훈 마넷, 친중외교 전환 가능성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38년 간 장기집권 중인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장남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훈센 ‘총선 압승’ 사흘 만에 권력승계 발표
2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영자지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이날 오후 국영방송 특별연설을 통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이를 국민이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장남 훈 마넷이 새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훈 마넷은 노로돔 시아모니 국왕의 임명을 거쳐 다음 달 22일 정식으로 총리직에 취임할 예정이다.
훈센 총리의 은퇴는 지난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이 승리를 거둔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캄보디아인민당은 당시 선거에서 전체 125석 중 120석을 싹쓸이했다. 나머지 5석도 친정부 왕당파 정당인 푼신펙이 획득했다. 이 같은 압승을 통해 훈센 총리는 권력 세습을 위한 기반을 확립했다.
훈센 총리는 몇 년 전부터 권력 세습을 준비했다. 캄보디아인민당은 2021년 훈 마넷을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훈센 총리 본인도 “2023년 이후에는 총리의 아버지가 되고 2030년대에는 총리의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며 세습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내 아들은 합법적 절차 없이 총리직을 물려받은 게 아니다”며 “그는 의원 후보로 선거에 참여했다”며 권력 승계가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훈센 총리는 1985년 처음 총리직에 오른 후 38년째 권력을 이어왔다. 1993년엔 푼신펙에 1당 자리를 내주고 공동 총리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1997년 쿠데타로 푼신펙 주석인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를 쫓아내고 캄보디아 왕실을 능가하는 철권 통치자로 거듭났다. 극렬 공산주의 단체인 크메르루즈 축출과 경제 성장은 치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야당과 언론 탄압으로 인해 독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 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캄보디아는 선거 절차·다원주의 부문에서 북한과 같은 0점을 맞았다.
훈 마넷, 아버지 그늘 벗어나 홀로서기할까
올해 45세인 훈 마넷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육군 대장으로서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을 맡고 있다. 그간 아버지 그늘에 가려 정치적 발언은 삼갔지만 아버지에 비해 더 개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존 브래드포드 싱가포르 난양공대 선임연구원은 “훈 마넷이 이끄는 캄보디아는 미국의 더 강력한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중 외교를 펴온 아버지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훈 센 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캄보디아 내 중국 해군기지 건설을 허용하는 등 중국과 밀착해왔다.
다만 훈 마넷이 총리가 돼도 한동안 훈 센 총리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훈센 총리는 이날 연설에선 총리직에서 물러나도 여당 대표직은 유지할 것이며 최고국가평의회 의장, 상원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선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도 훈 마넷에겐 부담거리다. 권력 승계를 위한 ‘하나 마나 한 선거’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앞두고 가장 유력한 야당인 촛불당에 대해 등록 서류가 미비하다며 총선 출마 자격을 배제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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