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황제노역, 뉴스 아닌 구(舊)스"라는 허재호…법원은 13년째 침묵
지난해 12월 15일, 사업 부도 후 광주에서 조그만 시행 사무소를 운영하며 살고 있는 A 씨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내리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었습니다. 알고 지낸 지는 30년도 넘었지만 대주그룹 부도와 함께 각종 송사에 얽히면서 허 전 회장과는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된 지 오래였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의 이 전화에서 허 전 회장은 뜻밖의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SBS <끝까지판다>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에 걸쳐 허 전 회장과 A 씨가 6차례에 걸쳐 통화한 녹음파일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234957&plink=ITEM&cooper=PANDA ]
"김○○ 판사 목을 잘라야 돼"…사위를 왜?
허 전 회장이 A 씨와의 통화에서 연신 거친 말을 쏟아낸 대상은 자신의 사위 김 모 판사였습니다. 허 전 회장 본인이 과거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김 모 판사는 허 전 회장이 80년대부터 지난 2014년 말까지 30년 동안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여성 황 모 씨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친딸과 결혼한 사위가 맞습니다.
김○○이 목을 잘라야 돼. 그 사람이 내가 법정관리에서 진정 탄원받아가지고, 선재성이는 그 있잖아, 뭐야! 진정 탄원을 김○○이가 썼어.
(지난 1월 지인 통화)
허 전 회장은 대주그룹 부도 당시 계열사를 법정관리하던 판사에 대한 비위 의혹을 제기하는 진정 탄원을 김 판사가 직접 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재성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대주그룹 계열사 두 곳을 법정관리하던 과정에서 익명의 탄원서가 접수돼 갑작스럽게 사법연수원으로 좌천됐습니다. 선 전 판사가 대주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왜냐하면은, (김 판사가) 우리 회사에 그때 이제 출근을 했다고. 휴가 맡아서도 출근하고 다녔거든. 책상 위에 내가 뭔가 서류가 있었어. 그 서류를 가지고 가서 지가 뭐냐 하면, 자기 장모(황 씨) 있잖아. 뭐야! 가구점 하고 있잖아. 그 가구를 (법원이) 압수해 버렸다고. 저쪽에 있는 가구를. 대주건설 돈이 있기 때문에 대주건설에서 나온, 그 그룹에서 나온 돈이다 해가지고, 그 재산을 압류할 때 압류를 해버린 거야. 압류를 해가지고 뮤제오에서 싣고 나갔어. (중략) 그러니까 뭐냐면은, 김○○이가 ** 법원에서 같이 근무를 했었잖아. 그래서 뭐냐면, 그걸 보고 뭐냐면, 자기가 선재성에 대해서 대법원 행정에다가 진정 탄원을 했어. 그래서 그 진정하니까 법정관리인이 빼버리고, 뭐냐 하면, 그다음에 또 거길 선정을 했어. □□건설인가 또 선정을 했거든. 그래가지고서 대법원 행정법원에서 연수원으로 발령해 버렸다고. (중략) 김○○ 때문에 진정 탄원받아가지고 쫓겨나버렸잖아. 그 사람이 법원장까지 할 사람인데.
(지난 1월 지인 통화)
허 전 회장은 이를 두고 김 판사가 수행한 여러 회사일 중 하나였다고 했습니다. 현직 법관인 김 판사가 2010년쯤 휴직을 하고 대주그룹에 출근해 '부회장'으로 불리며 각종 회사 업무들을 관할했단 겁니다.
허재호 : 그다음에 가서, 처음에 2010년 1월달인가, 2월달에, 6개월 동안에, 뭐냐!
휴가를 냈는가 봐.
그래놓고 회사에 출근해 가지고 회사 재산에 전부 다 관리하고 회의 주관도 하고,
회사에서 부회장이라고 그렇게 존칭도 하고 그랬는 모양이야.
그런데 그것을 옛날 그 박 사장 있잖아. 누구야! △△일보에 있다 온 애.
A 씨 : 예. 에. 박○○?
허재호 : 응. 박○○하고 나하고 잘 알아. 그다음에 이 ○○이도 잘 알고 있고.
(지난 1월 지인 통화)
실제 당시 대주그룹 관계자들이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김 판사에 대한 유사한 진술들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대주그룹 한 계열사 사장은 "김 판사가 휴직 중에 대주건설을 왔다 갔다 했었고, 대주건설 내에서 만난 사실도 있다"라고 진술했고, 허 전 회장이 녹취에서 언급한 '박 사장' 또한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허 전 회장이 뉴질랜드로 출국하기 전 앞으로 법적인 부분은 김 판사와 상의하고, 자금 관련 부분은 둘째 사위와 상의해 처리하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김 판사는 이에 대해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노조 등이 해당 기업을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하여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된 상황이었다며, 선배 판사에 대한 진정 탄원을 넣는 것은 공직자로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파산재판부의 내부 업무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기에 그러한 행동을 할 만한 능력도 이유도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일당 5억 원 만들어준 건 그놈"...김 판사 "상식 맞지 않는 주장"
허 전 회장은 뒤이어 '황제노역'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2007년 허 전 회장은 500억 원대 탈세와 1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에서 선고한 벌금 500억 원과 노역 일당 2억 5천만 원이, 2심에서 벌금은 절반으로 깎이고 노역 일당은 2배인 5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사건입니다. 일반적인 피고인의 벌금액이 보통 노역 1일당 10만 원으로 환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허 전 회장의 일당은 일반인의 5천 배였던 셈입니다. 당시에도 판결 배경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긴 했습니다만 진실은 규명되지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잊혔습니다. 그리고 9년 뒤, 믿기 힘든 액수의 일당에 대해 직접 입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허 전 회장 본인이었습니다.
허재호 : 나 일당 5억을 만들어준 게 그놈이야. 일당 5억을 만들어줬잖아.
A 씨 : 예. 예.
허재호 : 그것이 2억 5천이 1심 판결이야.
A 씨 : 예. 예.
허재호 : 2심 판결할 때 B 전 부장판사가 그때 고등법원에서 있는데,
거석은 **층에 살고. 김○○이는. 그 재판장은 ***층에 살았어.
같이, 어디냐! 학동 아파트에서.
A 씨 : 예. 학동 @@@?
허재호 : 응. 거기서 살았어.
A 씨 : 예, 예, 예.
B 전 부장 판사? B 법원장?
허재호 : 그래. 전 법원장이지.
A 씨 : 예.
허재호 : 지금 지방법원 원장 됐다가, 인자 고등법원 부장으로 갔었지.
A 씨 : 예.
허재호 : 그래가지고서 지가 같은 아파트에 있으니까,
'나 일당을 말하자면은, 5억으로 올려주라.' 로비를 해가지고, 자기가 뭐냐 하면은, 2억 5천에서 고등법원에서 5억이 된 거야.
그렇게 해서, 그것은 뭐냐! 그때 무슨 로비를 했냐 하면은, 그때 1심에서는 내 탈세 했다는 자수 서류가 안 들어갔어.
그래서 내가 어떻게 자수를 했는데, 그냥 그 자수에 대해서는 판결이 반영 안 됐더라. 그래서 네가 한 번 가서 좀 이야기를 해라.
그래가지고 처음에 고민을 했거든. 너무 일당이 많으니까. 그러다 몇 번 가 가지고 그게 됐어.
A 씨 : 예.
허재호 : 5억이 된 거야. 그래서.
A 씨 : 예.
허재호 : 그것도 로비를 했고.
(지난 1월 지인 통화)
허 전 회장은 여러 차례 로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김 판사가 '일당 5억 원' 항소심 판결의 재판장이었던 B 전 부장판사를 찾아가 장인의 자수서를 판결에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김 판사에게 '한 번 만나보라'고 했고 실제 김 판사가 B 전 부장판사를 만나러 갔다는 겁니다.
이후 SBS와의 직접 통화에서도 허 전 회장은 '같은 아파트에 사니까 사위가 당연히 한 번 만나볼 수 있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위 김 판사에게 이를 시킨 것이 맞는다고 했습니다.
"내 남동생 하고 B 전 부장판사가 친구 사이예요. 그래서 중간에 소개를 했죠. 바꿔치기를 했을 거예요. 근데 B 전 부장판사가 학동 아파트를 샀어요. 그래서 B 전 부장판사가 아파트인가 뭔가 그전에 있었던 것을 바꿔치기를 했을 거예요. 일부 돈을 받고. 그러니까 B 전 부장판사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회사에서 매입을 하고 우리가 우리 판매 가격에 B 전 부장판사한테 팔았죠. 그래 가지고 그 차액을 아마 받았을 겁니다."
(지난달 SBS 통화)
허 전 회장은 '자신의 동생과 B 전 부장판사가 친구이기도 했다'고도 했는데, 허 전 회장의 동생은 당시 광주 전남 지역에서 수년 간 판·검사 골프 접대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한 모임 '법구회'의 회장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황제 노역' 논란 직후 B 전 부장판사와 <H.H 개발> 간 아파트 거래 의혹이 불거졌지만, B 전 부장판사는 곧바로 사직서를 냈고, 법원은 별다른 조사 없이 B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해명을 듣고자 B 전 부장판사에게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응하지 않았고, 서면 질의서에 대해서도 입장이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자신의 가족회사와 싸우는 허재호…목적은 '금덩어리'
올해 초 경찰이 허 전 회장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이 같은 허 전 회장의 고백 아닌 고백은 본인에게도 치부가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외부에 재판부 로비 정황에 대해 수 차례에 걸쳐 구체적 언급을 한 건 허 전 회장에겐 더 중요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 전 회장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금덩어리'에 그 답이 있어 보입니다. 허 전 회장은 자신의 전 사실혼 부인 황 씨 명의로 해놨다 돌려받지 못한 재산들이 수백 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허 전 회장은 바로 이 '금덩어리'들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허재호: 내가 15년, 20년 전에 금덩어리를 맡겼어. 응?
그 금덩어리가 뭐냐 하면은 내가 20년 후에 내가 맡겨놓은 금덩어리를 내놔라.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나 못 내줘. 공소시효 지났으니까' 하면
그 금덩이 돌려줘야 돼? 안 돌려줘야 돼?
민사적으로 해서 돈을 빌려주고 받은 것이 아니고 횡령이 돼버려.
'왜 네가 금덩이를 가지고 있어? 안 내놔?' 그 이야기야.
내 말 이해했어? 못했어?
(지난 1월 지인 통화)
허 전 회장이 근린체육시설 운영과 부동산 매매·임대업종으로 신고한 회사 <H.H 개발>은 허 전 회장과 이전 사실혼 관계 부인인 황 모 씨의 이니셜을 딴 허 전 회장의 가족회사로, 허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허 전 회장과 30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던 전 사실혼 부인 황 씨와 그 딸 등이 지분 100%를 소유하도록 설계했는데, 지난 2014년 해당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청산당하면서 '전(前) 가족회사'가 돼 버린 겁니다. 전남 담양에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H.H 레저>라는 회사 또한 비슷합니다.
허재호 : 2006년까지는 나한테 차입으로 돼 있어. 나한테 회사가.
근데 2007년에, 우리가 회사가 위험하잖아, 고발하고 그랬으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니까 계열 분리를 하자, 그렇게 됐어. '주주 임원의 차입금'으로 돼 있고, 그 직전까지는 내 이름이 들어있어.
A 씨 : 예. 예. 맞습니다. 그랬어요.
허재호 : 그니까, 그러면 주식 차명이면 내 개인 거니까 잘못됐을 때 압류가 안 들어올 거 아니냐.
그래서 정**, 안진회계법인, 황하고, 앉아서 그런 식으로 주주 임원이 차입한 걸로 해 놨단 말이야. 그놈들하고 이야기를 하면 증인으로 나와.
그러면은 그 돈이 내 돈이라는 게 나와.
(지난 1월 지인 통화)
이 과정에서 자신의 노후자금 조성에 회삿돈이 활용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추가 횡령 혐의 수사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는 만큼, '이 돈은 모두 내 개인자금'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허재호 :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35억이 됐건 16억이 됐건,
그 전부 다 내가 내 개인적으로 노후 대책을 하려고 그때 가서 내 돈을 다 투자했어.
골프장은 내가, 100% 내 돈이 다 들어갔어.
(지난 1월 지인 통화)
허 전 회장은 실제 자신의 가족회사 <H.H 개발>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했다며 몇 년 전 황 씨를 배임 혐의로 고소했지만 황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허재호 "내 이야기, 더 이상 뉴스 아냐…언론사 체면 챙겨라"
지난 2015년, 자신과 관련한 사건들이 검찰에서 일괄 불기소 처분되고 엿새 뒤 뉴질랜드로 떠난 허 전 회장은 현지에서 대주건설 브랜드의 아파트 이름과 같은 아파트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 현지에서 아파트 단지 여러 곳을 건설하며 '한국 재벌 출신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허 전 회장이 뉴질랜드에서 풍족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잊을 만하면 국내에도 전해져 왔지만, SBS와 통화한 허 전 회장은 이는 과장된 내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정이 더 안 좋아져 작업장에서 페인트를 칠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아니 부도가 언제 났냐고요. 당신 명예훼손으로 또 고발할 거야.
회사 부도났는데 돈을 안 갚아주고 했다 했잖아요.
이 회사가 부도가 언제 났냐고요. 말해보세요. 명예훼손으로 내가 고발하겠습니다 분명히요.
회사는 부도난 일이 없다 했어. 채권자도 없다 했어요. 채권자가 있냐고요?
순전히 떼거리처럼 돌아다니면서 공갈이나 치고 하면 땡깡이나 부리는 사람들 그것은 채권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난달 SBS 통화)
지난 2006년 대주그룹이 시공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그룹 부도로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피해자 280여 명은 그룹을 상대로 5백 억 원대 소송을 제기해 2013년 대법원에서까지 이겼지만 아직까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허 전 회장은 자신과 관련한 의혹은 다 규명됐으며 더 이상 '뉴스(News)'가 아닌 '구스(舊스)'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근데 내가 보면은 방송사에서 체면을 챙기세요. 체면을 좀 제발.
내가 뭐냐면 웬만하면 그런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인데
뉴스가 뭐예요? 다 15년 전에 우려먹고 18년 전에 우려먹은 거요? 구스. 옛날 뉴스라고
(지난달 SBS 통화)
13년 흘렀지만... 여전히 "확인불가"라는 법원
부친이 37년간 광주, 전남 지역에서만 향판을 지냈고, 친동생은 지역 판검사 상대 접대 모임인 '법구회' 회장, 매제는 광주지검 검사에 사위는 광주, 전남지역 향판이었던 허 전 회장에게 법원은 그만큼 친근한 곳, 법은 손쉽게 주무를 수 있는 어떤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기소된 탈세 혐의 재판에도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 관련 의혹은 모두 '구(舊)스'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 당당함. 이를 허 전 회장 손에 쥐어준 건 법원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한 달이 흘렀지만 대법원은 허 전 회장과 김 판사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에 대한 법관윤리 위반 의혹 사건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법률 등에 위반되는 경우 적절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의혹 상당 부분이 법관징계법상 징계 시효(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 공금횡령 등 징계부가금 부과 대상 비위의 경우 5년, 성비위는 10년)가 지난 상황이라 조사 착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분 역시 법원행정처는 징계 심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이유로 진상 조사 여부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허 전 회장이 한 달 반이면 갚을 수 있었던 벌금 250억 원은 일반적인 피고인의 노역 일당으로 따지면 평균 695년을 노역해야 갚을 수 있는 액수입니다. (실제 노역장 유치는 형법에 따라 3년으로 제한돼 있긴 합니다.) 법원이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린 이 판결 배경을 놓고 허 전 회장이 스스로 입을 연 만큼, 법원은 진상조사를 통해 신뢰를 회복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겁니다.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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