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아직도 도입 안 하는 식약처…“사회적 합의 필요”

오세진 2023. 7. 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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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유산유도제(임신중지약)를 도입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이나연 활동가는 "식약처가 유산유도제 도입을 미루면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국민들은 검증되지 않은 유산유도제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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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권]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임신중지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신속하게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유산유도제(임신중지약)를 도입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 임신중지약 판매가 허용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음성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여성들의 건강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식약처는 지난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시민 1856명(약사 172명, 의사 59명 포함)이 ‘임신중지약인 미페프리스톤 성분 의약품을 국내에 신속히 도입하고, 국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제출한 진정 건에 대해 최근 “유관부서 간 협의와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지정하고,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도입하는 것은 전문의의 진단에 따른 처방전 등 타당한 근거가 요구된다”며 사실상 반대 뜻을 밝힌 것이다.

식약처의 이런 결정에 여성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신중지 권리에 있어 최전선의 당사자들은 여성”이라며 “사회적 합의에 임신중지 당사자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가 답변서에서 ‘이해 당사자’를 언급하면서도, 정작 논의에서 여성을 배제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은 특히 “2019년 현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임신중지가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는 ‘합의’를 확인한 것”이라며, “유산유도제에 대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과 신속 도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헌재 결정 당시 “2021년 1월1일부터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도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허가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3년째 관련 약품의 정식 판매 허가를 미루고 있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온라인 상에선 해외 사이트 등을 통해 임신중지약의 음성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이나연 활동가는 “식약처가 유산유도제 도입을 미루면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국민들은 검증되지 않은 유산유도제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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