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성능 정보, 비쌀수록 '깜깜이'
겨울 주행거리는 31종만 공개
환경부 검증 대상서 빠진
8500만원이상 고가 수입차
부정확한 정보에 소비자 골탕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40대 중반 남성 A씨는 수입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구매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았지만, 주행 가능 거리가 문제였다. 카탈로그를 훑어봐도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는 설명만 있을 뿐, 다가올 겨울에 얼마나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설명이 쏙 빠진 탓이다.
판매가격이 비싼 전기자동차 모델일수록 국내 소비자는 제한된 성능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자는 겨울철 주행 가능 거리를 핵심 고려 사항으로 삼고 있지만 고가 차량은 관련 정보를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 전기 승용차는 총 65종이다. 이 가운데 저온(영하 6.7도) 환경에서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공개하고 있는 모델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1종으로 집계됐다. 이 31종은 국고보조금을 지급받는 모델이다. 환경부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모델별로 구동방식(이륜·사륜), 배터리 용량, 휠 크기 등 세부 조건에 따른 상온(25도)·저온 주행 가능 거리를 명시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는 '2WD 스탠다드 19인치'부터 'AWD 롱레인지 20인치'까지 총 7개 세부 모델로 구분해 상온·저온 주행 가능 거리를 표기하고 있다.
반면 고가의 전기차 모델은 제조·판매사가 공개한 상온 시 주행 가능 거리만 확인할 수 있다. 판매가격이 8500만원을 넘는 전기 승용차에는 국고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제조·판매사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모델에 대해 저온 주행거리 성능을 요구하는 환경부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국내에 출시되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측정·인증하는 기관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세 곳이다. 이 중 저온 주행거리를 검증해 공표하도록 하는 기관은 환경부뿐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은 탓에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비공식적인 경로로 해당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해외 전기차 분석기관 등이 상온·저온 환경에서 직접 측정한 모델별 주행거리를 참고하는 것이다.
값비싼 전기차 모델의 저온 주행 성능을 확인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는 해외 사설기관의 자료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여름과 겨울 간 기온차가 크고, 전기차 주행거리 성능도 계절에 따른 변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환경부는 보조금 지급 시 저온 주행 성능을 평가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차체가 크고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다고 강조하는 모델일수록 저온 환경에서 주행거리 감소폭이 크다는 점이다. 대형 전기 SUV인 기아 EV9(2WD 휠 19인치 기준)은 상온에서 최장 508㎞를 주행할 수 있지만, 저온에선 368㎞로 주행거리가 140㎞(27.6%) 줄어든다.
[문광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유명 웹툰작가, 자폐 아들의 특수교사 ‘아동학대’로 신고 - 매일경제
- 카페 절반이 채소밭인데도 사람 몰린다는 ‘이곳’ - 매일경제
- 신림 살인사건 용의자 33세 조선씨…“범행 잔인성 중대성 인정” - 매일경제
- 더 강해진 3천만원대 포르쉐 킬러…‘정의선 승부수’, 현대차 아반떼N 출시 - 매일경제
- 애플 직원용 신발이 6400만원?…‘사과 로고’ 있으면 경매서 대박 - 매일경제
- “판이 바뀌었다”…이젠 비싼 월세 대신 전세 이자 선호 - 매일경제
- “채수근 상병 장례 때도”...9사단 지휘부 ‘호화파티’ 논란 - 매일경제
- “과장님, 대리로 강등 당하셨네요”...퇴사할 줄 알았던 ‘무과장’ 살아남았다 [금융라운지] -
- 증시 거래액 20% 두 종목에 쏠려 … 개미들 폭탄돌리기 - 매일경제
- 제일렌 브라운, 보스턴과 3억 400만$ 계약 연장...NBA 최대 규모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