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내 집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자산불평등 낮아질 것"
많은 정책이 이 기대에 기반
문제는 보유율 높아질수록
집값도 따라 오른다는 것
자산불평등 심화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공통의 고민거리다. 특히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가격의 상승은 경제력 격차의 확대에 그치지 않고 무주택자의 주거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금융자산 격차에 비해 삶의 만족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자산 기반 복지를 지향하는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주택 소유를 통한 중산층 형성을 정책 목표로 추구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 개발을 시작한 이래로 이러한 정책을 고수했다.
실제로 주택 소유와 자산불평등이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2019년 발간된 보고서에서 OECD 연구진은 주택보유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순자산집중도로 평가한 자산불평등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한다. 또한 전체 자산에서 주택자산을 제거하는 경우 순자산 지니계수가 국가별로 평균 1.24배 높아짐을 보이면서 이른바 '주택 소유의 균등화 능력'을 정량화해 제시했다. OECD 연구진은 자가보유와 자산 분포가 갖는 역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부채의 신용위험, 주거 이동성 제약으로 인한 노동시장 효율성, 경제적 및 사회적 회복력 문제 등을 들어 자가보유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가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해 자가보유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간단한 수치로 예를 들어보자. 자산이 1인 무주택자 5명과 주택자산이 10인 유주택자 5명으로 구성된 경제의 자산 지니계수는 0.409다. 주택 분양제도의 도움으로 무주택자 1명이 유주택자가 되고 자산이 10으로 증가하면 지니계수는 0.338로 하락한다. 이 과정은 대부분 거주의 편의성과 상관없이 주택자산에 대한 선호와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주택가격이 두 배로 상승하는 경우(6명의 주택자산이 20으로 증가), 자산 지니계수는 0.368이 된다. 당초의 상태와 비교하면 자가보유율이 50%에서 60%로 상승했고 상위 보유지분 또는 지니계수로 평가한 자산 불평등도는 개선됐다. 즉 단순히 정량적 수치로 보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자가보유율의 상승은 여전히 불평등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수치 예를 좀 더 일반화하더라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도출된다. 맹점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자산 격차는 더욱 확대됐고 실거주에 기반한 주택 수요가 생기더라도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력은 하락했다는 점이다. 자산 격차 확대에 따른 고통이 무주택자에게 집중됨에도 불구하고 자가보유율과 자산 불평등도와 같이 공공정책 수행에 필요한 정량적 지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주택가격 상승이 순전히 외생적 충격에 의해 유발되고 자가보유 지원정책과 무관하다면 높은 자가보유율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격차 확대를 흡수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유동성 공급, 1주택자 세제 혜택 등 주택자산의 매력도를 높이는 대부분 지원정책이 자가보유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정책과 주택경기가 무관하다고 볼 근거는 희박하다. 결국 주거안정성이든 자산불평등 해소든 정책당국이 제1과제로 삼아야 할 정책 목표는 소득 대비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3 대책을 통한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39조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올 한 해 추진되고 있는 주택정책은 이와는 반대 방향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 연착륙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현재 상황은 부실한 기체가 불안하게 이륙하는 모양새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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