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조 '지속가능성'에서 기회 찾으라
'붉은 여왕' 법칙의 경영학 대가
"지속가능성은 21세기적 기준
전환 못하는 기업은 도태돼"
가격경쟁력서 中에 밀리는 韓
새판 모색의 호기로 삼아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은 앞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윌리엄 바넷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사진)는 지난 24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바넷 교수는 경쟁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내용의 '붉은 여왕의 법칙'을 경영학에 이식해 명성을 얻었다. 2008년에 출간한 '조직에서의 붉은 여왕'(국내 미출간)은 그해 미국 유력 경영 전문지가 선정한 전략 부문 최고 경영서 3선에 들기도 했다.
바넷 교수는 본인의 붉은 여왕 법칙을 새로운 화두인 지속가능성과 결합해 설명했다. 그는 "경쟁은 동태적인 속성이 있다"며 "한 기업이 선도하면 다른 기업이 경쟁에 참여하며 결국 모두가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품질에 이은 21세기의 새 경쟁 기준인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하지 않는 기업은 앞으로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이란 탄소중립·식량안보·수자원 확보 등 미래 인간 생존을 위한 사업을 의미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조는 계속 이어졌다. 바넷 교수는 "스탠퍼드대 강의에서 1학년 여학생으로부터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할 희망이 아직 남아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큰 울림을 느꼈다"며 "인류는 어디에서 혁신을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성에 대해 젊은 학생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며 "이러한 의구심은 학문적으로 긍정적이며, 교수로서 여러 성공 기업 사례를 근거로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바넷 교수가 수업에서 예로 든 성공 기업 중 하나는 포스코다. 바넷 교수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수소 기반 제철 공정은 5년 전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포스코가 혁신을 이루면서 가능성 있는 미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를 배출하는 기존의 석탄 기반 제철 공정을 유지하는 선택이야말로 현재 제철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결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기업시민 이념을 제창한 이후 친환경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다. 기업시민이란 경제적 수익뿐 아니라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바넷 교수는 모든 한국 기업에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중국 업체의 추격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에 새로운 차원의 경쟁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작은 규모의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항상 다른 나라 기업과 경쟁해 왔다"며 "이러한 경쟁 DNA를 미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도 발휘한다면 시장을 선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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