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게 터졌나”…이차전지, ‘천당서 지옥’ 증시 전체를 뒤흔들다 [투자360]

2023. 7. 26.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 이정환 기자]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이끌던 이차전지가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이끌다가 오후 들어 갑자기 급락하면서 증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 그룹주 등 최근 강세장의 주역이었던 종목들 위주로 차익실현용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세로 전환됐다. 반나절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그동안 아슬아슬했던 이차전지 쏠림현상의 부작용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차전지, 장중 주가 20%대 급락=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은 전날보다 6.35% 떨어진 5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POSCO홀딩스의 종가도 전일 대비 4.26% 하락한 63만원으로 집계됐다. 오전만 해도 이들 종목은 4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강세를 보였다.

특히 장중 포스코퓨처엠은 전일 대비 16.05% 치솟은 69만4000원, POSCO홀딩스는 16.11% 급등한 76만4000원까지 각각 오르며 급등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날보다 12.54% 하락한 52만3000원까지, POSCO홀딩스는 8.97% 떨어진 59만9000원까지 내려갔다.

장중 고점 대비 저점 하락률이 포스코퓨처엠은 24.6%(69만4000원→52만3000원), POSCO홀딩스는 21.6%(76만4000원→59만9000원)에 달했다. 장중 고점에 들어간 투자자는 하루 만에 20% 이상 손실이 난 셈이다.

온탕에서 냉탕으로 미끄러진 주가 흐름은 다른 이차전자 종목도 마찬가지였다.

코스닥시장 시총 1·2위 종목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장 초반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날의 급등세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약세권에서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오후 1시께 각각 58만4000원(전장 대비 26.41% 상승), 153만9000원(전장 대비 19.03% 상승)을 기록하며 역사적 신고 가를 새로 썼으나 1시간 동안 급락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께 두 종목은 나란히 장중 ‘바닥’을 찍었다. 장중 최저가는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전장 대비 7.25% 하락한 42만8000원, 에코프로는 12.14% 급락한 113만6000원이었다. 고점 대비 저점 하락률은 에코프로비엠 26.7%, 에코프로 26.1%로 고점에 매수했다면 하한가를 맞은 셈이다.

다만 이들 종목은 각각 45만5000원(-1.52%), 122만8000원(-5.03%)에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고가 기준 시가총액이 57조1157억원까지 올랐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44조4996억원에 그쳤다. 불과 반나절 만에 시가총액 7조원이 증발했다. 이날 에코프로비엠 거래량은 1097만주로, 전날 거래량(544만주)의 2배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을 대표하는 이차전지 대형주 주가를 끌어내릴 정도로 매도한 투자 주체는 ‘개미’들이었다.

개인은 에코프로비엠을 1515억원 순매도했으며, 에코프로는 291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3016억원어치, 에코프로는 1395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이차전지 테마로 급부상한 LS그룹도 이날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LS네트웍스는 개장 직후 상한가까지 오른 채 그대로 장을 마쳤지만, LS(-5.91%), LS ELECTRIC(-17.23%), LS전선아시아(-10.27%) 모두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뒤 약세로 돌아섰다.

장중 고점 대비 저점 하락률은 LS는 33.11%, LS일렉트릭은 34.33%, LS전선아시아는 33.53%에 달했다.

▶이차전지 쏠림현상 부작용 우려가 현실로=증권가는 이날 발생한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 급등락세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에도 아슬아슬했던 수급 쏠림현상의 부작용이 결국 현실화했다는 판단에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수익이 많이 나는 종목의 경우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 압력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대형 빅테크주 실적발표를 계기로 매수할만한 다른 종목들이 부각된 것이 오늘 이차전지 매도물량 출회의 기폭제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간 이차전지로 수급이 워낙 쏠려있었던 탓에 해당 업종의 급락이 증시 전체를 흔들었다는 분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쏠림이 과도해지면 후유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차전지 쏠림이 그동안 과도했던 탓에 해당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때 전체 시장이 출렁이며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증권가에선 최근의 이차전지 급등이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논리적 흐름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가령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은 포스코퓨처엠에 대해 전날 기준 최근 한 달간 45% 급등한 주가 흐름이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됐다며 매수 의견을 철회했다.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 5월 이후로는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이 담긴 개별 종목 분석 보고서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attom@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