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고착화된 금융투자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중기·벤처팀 2023. 7.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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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주관하는 토큰증권(STO)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당정 공청회를 통해 정부 당국의 법제화 의지와 시기를 엿볼 수 있었다. 법제화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시장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커서인지, 증권사·조각투자자·은행 등의 다양한 움직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STO를 기점으로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초 자산의 영역이 '모든 것'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STO 도입이 가져오는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비정형적 기초자산들이 제도의 틀에 맞춰 거래 대상으로 정형화되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 주식 중심의 브로커리지 시장도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제공=INF컨설팅

증권업계 리테일 시장은 최초 고객 접점(채널)의 자물쇠(Lock-in) 효과에 대한 전환 비용이 매우 크다는 이유로 고착화됐다. 이를 해소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MS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MTS 개편과 흥미 콘텐츠 확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소수 상위사 위주로 굳어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STO가 시장에 던지는 화두는 '게임이 바뀔 수 있어?'가 아닐까. STO도 단순히 '많은 변화의 노력 중 하나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게임을 바꿀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STO는 기존 다른 노력들보다 전체적인 변화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STO는 채널(Channel), 상품(Product), 고객(Customer) 모두를 아우르는 전략 포인트가 맞물려 기능한다. 사전에 모두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기초자산 기반 상품을 통한 차별화 요소뿐 아니라 '대상 고객에 대한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연계된 양방향 채널링'(Channeling) 등은 기존의 그것들과는 분명 다른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STO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먼저 디지털로 정의하는 배경은 토큰증권이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으로 이뤄지기에 많은 노더(Noder)와 이해관계자가 '디지털'로 연결돼 있어서다. 이렇듯 태생적인 이유로 디지털 채널에 대한 의존성과 확장성을 보인다. 플랫폼으로 정의하는 배경은 이런 '연결'이 만들어 내는 주체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성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중계자의 역할을 넘어 모든 활동의 연결점이며 직간접적으로 관계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어쩌면 주도권을 스스로 창출하고 발휘할 수 있기에 기존 사업들과는 분명 다르다.

이와 같은 차별성 때문에 증권업계가 더욱 STO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주계 모증권사는 STO 플랫폼 전문 컨설팅펌과 플랫폼 구축 사업을 위한 사전 컨설팅을 마쳤다. 구축 프로젝트를 위한 내부 절차도 진행 중이다. 또한 다수의 증권사가 플랫폼 구축을 위한 컨설팅 및 인프라 사업을 올 하반기 발주할 예정이라고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시장은 이미 기존 경험을 통해 '선도업체'가 지닌 '우월한 포지션의 힘'과 '기울어져 버린 운동장 효과'를 잘 알고 있다. 이번 토큰증권 제도화가 도전자(Challenger)의 입장에서는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일 것이다. 챔피언(Champion) 입장에서는 더 큰 품이 들어가기 전에 도전해 오는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등 초기 시장 선점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최근까지도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팔로워'(Follower) 전략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있었다. 결국 어느 한쪽이 우월한 전략이라고 정의할 수 없고 개별적 상황과 그 세부 방법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연관검색어로 자주 언급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는 반론이 없는 최상의 포지션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인 STO의 특성상 시장 선점은 트렌드 세터에 대한 논의로 귀결된다. 트렌드 세터를 목표로 초기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요를 창출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시장을 주도하며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지금의 다소 불확실한 환경은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변화는 시작됐다. 이제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과제만이 시장에 주어졌다. 5년 후 시장이 어떻게 재편돼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각 변화 단계마다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본다면, 적어도 스스로는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새로운 변화가 금융투자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글/염규탁 INF컨설팅 금융 부문 전무(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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