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조선' 신상 공개...증거인멸에 사이코패스 시인까지

유서현 2023. 7. 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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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낮 서울 신림동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을 벌인 33세 남성 '조선'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범행 전날 망치로 컴퓨터로 부수고 인터넷에 살해 방법, 급소 등을 검색해보는 등 계획범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경찰은 어제 조선이 거부하며 불발됐던 사이코패스 검사도 다시 진행했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사회부 유서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림동 흉기난동범의 신상이 결국 공개됐네요.

33세 남성 '조선'인데, 신상공개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공개 결정된 거죠?

[기자]

서울경찰청은 오늘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33살 조선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까지 모두 7명이 참여하는 신상공개위에서 논의한 결과 범행 잔혹성, 공익성 등이 충족된다고 보고 이 같이 결정했습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 여럿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사실을 고려했을 때 범행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됐다고 봤고요.

피의자의 자백, 현장 CCTV, 목격자 진술 등 범행 증거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범죄 발생으로 인한 국민 불안,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 조선의 신상을 공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봤습니다.

[앵커]

조선의 범행의 경우 신상 공개 기준에 얼마나 부합한 건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현행법에는 신상공개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가 명시돼있습니다.

범행이 잔혹해야 하고, 충분한 증거도 있어야 하고,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등 공익에 부합해야 하며 청소년이 아니어야 합니다.

먼저 조선은 전과 3범에 소년부에 송치된 것만 14번인 만큼,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고요,

일면식도 없는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인하고 3명을 크게 다치게 하는 등 큰 피해를 낳은 만큼 범행의 잔혹성도 큽니다.

CCTV에 범행 장면도 명확히 기록돼 있고 33살로 청소년도 아니니까, 사실상 신상공개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범죄수법도 잔인했고 피해도 막대했고 CCTV도 있잖아요. 명확한 증거가 있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죠. 이게 재범의 방지도 범죄의 예방도, 그다음에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하는 것이고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신상공개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앵커]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의 유족들도 조선의 신상공개와 엄벌을 원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숨진 피해자의 사촌 형이라고 밝힌 남성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동생이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갔다고 밝혔습니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며 대학 입학 때부터 과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할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도 항상 긍정적으로 살았다고 고인을 기억했습니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동생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촌 형은 피해자가 참변을 당하기 직전에도 싼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신림동을 찾은 거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착하고 불쌍한 동생을 피의자가 단지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살해했다며, 같은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앵커]

경찰 수사상황도 짚어보겠습니다.

어제 YTN이 단독 보도했는데요,

조선이 범행을 계획해왔다는 물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죠.

[기자]

검거 직후 조선은 "남들도 나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분노에 가득 차서 범행했다"면서 자신의 처지를 탓했습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에게 너무 힘들어서 범행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조선 / 흉기 난동 피의자 :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었던 게 제가 너무 잘못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떤 안 좋은 상황인지만 말해주세요.)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조선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해온 정황이 경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범행 전날 컴퓨터를 미리 망치로 부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경찰은 데스크톱 포렌식을 진행하고, 사이트 검색 기록을 조회할 수 있도록 인터넷 포털에도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조선이 마트에서 흉기를 훔쳐 준비한 점 역시 계획범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이런 증거들을 본 조선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애초 조선은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거짓말하는 등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었는데요,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는 게 드러날 경우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을 염려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계획범죄로 볼 만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진술 내용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오래전부터 살인 욕구를 느껴왔다고 말했고요,

범행 전에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살해 방법'과 '급소'를 검색해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조선은 지난 21일 신림동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피해자들의 목과 얼굴 부위를 잔인하게 공격했습니다.

[앵커]

경찰도 조선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했죠?

[기자]

원래 어제 검사할 예정이었는데요,

사이코패스 검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강제로는 진행할 수 없는데 어제는 조선이 끝내 수락하지 않으며 불발됐습니다.

조선은 감정이 복잡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오늘 오전 10시 50분쯤 프로파일러는 피의자 입장을 이해할 거라는 경찰의 계속된 설득 끝에 검사가 시작됐고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충동성과 공감 부족, 무책임과 같은 성격적 특성을 숫자로 환산해 사이코패스 여부를 가르게 되는데요,

모두 20문제, 40점 만점인데,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판정됩니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열흘 정도 걸립니다.

[앵커]

그런데 사건이 벌어진 신림동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데, 대비는 되고 있나요?

[기자]

오늘 낮 12시 반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오후 2시에 신림역 2번 출구에서 살인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현장을 수색했습니다.

어젯밤(25일) 10시쯤에도 신림역 일대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하겠다는 글이 게시됐습니다.

그때도 경찰이 신림역 일대를 수색했지만 역시 범죄 정황은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어젯밤 글과 오늘 낮 글 모두 현재는 삭제된 상태로, 경찰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틀 전에도 신림동에서 여성 20여 명을 살해하겠다는 이른바 살인 예고 글과 함께 흉기를 구매한 내역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글을 게시한 20대 남성은 이튿날인 어제 체포됐는데, 경찰 수사 결과, 실제로 흉기를 샀다가 주문을 취소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렇듯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면서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기동대와 주변 지구대 순찰차를 투입해 신림역 주변을 24시간 내내 순찰하는 등 특별 방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경찰이 조선을 체포하는 과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죠?

[기자]

체포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문제 제기가 이뤄졌는데요,

잠시 직접 보시죠.

[경찰 : 칼 버려요. 칼 버리세요.]

출동한 경찰이 테이저건으로 제압을 시도하면서 피의자에게 존댓말을 쓰는 등 너무 약하게 대응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

그러나 경찰은 매뉴얼에 따라 잘 대응했다는 입장입니다.

영상으로 공개된 상황 이후엔, 경찰이 흉기를 발로 차 멀리 치워서, 다시 집어 들지 못하게 막았고, 조선이 저항하려 했지만 뒤로 수갑을 채워 곧바로 제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또, 테이저건 등을 바로 사용하면 피의자가 과잉진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도 잇따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유서현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YTN 유서현 (ryu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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