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재검토되어야 하는 이유

2023. 7.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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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이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 언제 본회의에 쟁점 법안으로 상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 확대 △쟁의행위 범위 확대 △노동조합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원칙의 예외 인정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산업현장 노사관계 혼란과 파업 만능주의, 불법파업 확산 가능성을 담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역시 법적인 정합성 문제와 함께 현실적 적합성이 낮은 법개정안의 성급한 추진은 단체교섭제도의 혼란과 쟁의행위의 빈번한 발생으로 노사 갈등 비용이 증가하고, 미참여 근로자의 임금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현장의 우려도 크다. 수백 개의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는 자신의 회사에 조직된 노동조합 외에도 수십, 수백 개의 하청협력업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것인지,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불안해한다. 많은 전문가는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 3권의 보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며, 사용자의 재산권과 경영주체성을 제한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우선 원청 사업주는 '실질적 지배력'만 인정돼도 근로관계가 없는 하청협력업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하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도 감내해야 하며, 파업 기간 동안 대체근로도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부당 노동행위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 지배력'의 개념이 너무나 모호해 원청 사업주 등은 누구와 무엇을 교섭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산업현장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는 교섭 당사자를 놓고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법률적 판단을 통해 해결돼야 할 사항까지 쟁의행위가 허용된다. 소송을 거쳐 정당한 해고로 판단된 경우라도 해고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력 행사를 통한 문제 해결 시도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사업주는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액을 배상받기가 어려워진다. 개정안은 공동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부진정연대 책임)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불법파업에 가담한 조합원이 많을수록 각자가 발생시킨 손해액을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피해를 입은 사업주는 사실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노동조합법에서 노동조합의 합법적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만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산업현장 노사관계의 혼란과 경제적 손실, 국민 불편을 초래함으로써 근로자와 국민 모두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노동조합법 개정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항인 만큼, 균형 잡힌 시각을 기반으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국회의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기대한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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