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2050년 목표, 60조짜리 포철夢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3. 7.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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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환원제철은 철강업계에서 꿈의 기술로 불린다.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면 제철소의 상징인 고로(용광로)가 사라지게 된다. 철광석을 유동환원로에 넣고 수소를 주입하면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 순수한 철(Fe)을 뽑아내는 원리다. 쇳물을 뽑을 때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는 기존 고로와 달리 물(H2O)만 부산물로 남는다. 굴뚝공장의 대명사인 제철 산업이 단숨에 친환경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2026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100만t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후 수소환원제철소를 새로 건설해 2050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게 포스코가 지난 수년간 수차례 밝힌 친환경 철강 로드맵이다. 2050년까지 용지 확보와 제철소 건설 등에 최대 50조~60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최근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시가총액 4위에 오른 것은 갈 곳 잃은 2차전지 투자 수요가 포스코홀딩스로 흘러간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수소환원제철을 향한 포철몽(夢)에 시장이 일정 부분 동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포스코 내부인들의 의견은 "성공 가능성 반, 실패 가능성 반"으로 압축된다. 수소환원제철 대신 전기로 쇳물을 뽑아내는 전기로 증설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시총 1~3위인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의 미래를 투자자들이 가늠하긴 어렵지 않다. 2025년부터 파운드리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는 꽤 실감 나게 다가온다.

하지만 포스코의 최근 청사진을 보면 너무 먼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50년에 현실화? 그때까지 60조원을 투자한다고? 27년의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변수와 산업 지형에 변화가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체감 가능한 단기·중기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비전은 얼마든지 창대할 수 있지만 이를 구현할 전략은 촘촘했으면 좋겠다.

[오수현 산업부 oh.soohy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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