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위기에도 K콘텐츠는 무조건 투자"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7.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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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디즈니코리아 대표
경쟁 격화·구독자수 정체에
국내 제작 철수설? 사실무근
성장세 주춤하지만 기회 충분
500억대 '무빙' 등 기대작 많아
내년에도 16편 만들고 싶어
미키마우스 인형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소연 디즈니코리아 대표. 이승환 기자

한 세기를 호령한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선은 온통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디즈니+)'에 쏠려 있다.

세계적인 화력을 증명한 K콘텐츠는 OTT 사업에서 핵심 파트너다. 디즈니+는 2019년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2021년 11월 한국에 상륙해 1년8개월간 약 20편의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소위 '대박'은 아직이다. 최근에는 한국 오리지널 제작 철수설도 제기됐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서울 역삼동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만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에 변화는 없다"며 "제작을 중단하거나 철수할 이유도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본사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콘텐츠 축소를 발표하는 와중에도 한국에 대한 투자와 콘텐츠 제작 계획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건 그만큼 전념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소문의 근원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 본사를 둘러싼 흉흉했던 뉴스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전 세계 임직원의 3.2% 수준인 7000여 명을 해고했고 한국지사에서도 조직개편과 인원 변화가 불가피했다. 올해 1분기 디즈니+의 글로벌 신규 가입자는 전 분기보다 400만여 명 감소(1억5780만명)했다.

김 대표는 디즈니+ 국내 출시를 주도했고 지난해 5월 이 같은 격랑기에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워낙 방송·제작업계가 위축되는 상황이라 대내외적인 영향은 받는다"면서도 "올해 발표한 오리지널 라인업이 16편인데,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 관점에서 지금은 투자가 우선이다. 로컬 콘텐츠가 OTT 비즈니스 성공 여부에 굉장히 중요한 축"이라며 "한국 시장에서의 당장의 손익보다는 무조건 투자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일부 콘텐츠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 김 대표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겠다는 것 사이에서 전략 수정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이나 마블, 스타워즈 등 유서 깊은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디즈니지만 지금까지 한국 오리지널 중에서는 '카지노' '형사록' 등 범죄·스릴러물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김 대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면서 작품 선별 기준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OTT 시장에서 5위에 머물고 있지만 차근차근 '성장 로드'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량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넷플릭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100만여 명에 달했고 뒤를 이어 티빙·쿠팡플레이·웨이브가 400만~500만명, 디즈니+는 180만명 수준이다. 그는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막상 부딪쳐보니 콘텐츠 사업과 소비자 플랫폼 사업은 또 달랐고 배운 게 많다"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시장에서 성장한 것과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이만큼 해낸 것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디즈니+는 우리의 속도대로 성장하고 있고 1년 반 만에 현재 가입자 수에 도달한 것도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디즈니+의 K콘텐츠 역량은 출범 2년차인 올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시리즈 '카지노'가 구독자 유입 등 괄목할 만한 수치뿐만 아니라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하반기에는 그 성과를 뛰어넘어 성장 모멘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작자들은 다양한 플랫폼이 성장해야 제작업계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응원해주기도 해요. 업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디즈니+가 할 수 있는 역할이죠."

특히 제작비 500억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대작 '무빙'이 다음달 9일 베일을 벗는다. 총 20부작으로, 7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한 후 매주 2회씩 방영할 예정이다. 이어 배우 위하준·지창욱 등이 출연하는 마약 수사극 '최악의 악', 남주혁·이준혁·유지태 등이 촬영을 마친 다크 히어로물 '비질란테', 청춘 로맨스 드라마 '사운드트랙#2', 방탄소년단(BTS) 10주년 다큐멘터리 'BTS 모뉴먼츠: 비욘드 더 스타' 등이 대기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미국 에미상에서 '더 베어'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등 디즈니 콘텐츠가 163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고 순차적으로 디즈니+에서 서비스될 것"이라며 "영화 흥행작 '엘리멘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등도 곧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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