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무료처방 어떻게 받나요" 문의 쇄도
내달 중순 EAP 처방 가능할듯
주치의 처방 우선 받아야 가능
유한양행이 폐암 치료제 '렉라자'에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될 때까지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유한양행과 환우 카페 등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유한양행은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렉라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때까지 환자에게 무상 공급하겠다고 이달 10일 밝힌 바 있다. 이어 2주만에 무상으로 제공받는 첫 사례가 나왔다. 이후 EAP(동정적 사용프로그램)를 통해 렉라자를 무상 처방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EAP는 전문의약품의 시판 허가 후 진료 현장에서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인도적 목적으로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환자들과 가족들은 진료를 받고 있던 병원과 주치의에게 요청을 하거나, 유한양행 측에 연락해 처방을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있다. 이들은 암 환우카페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담을 나누기도 한다.
폐암 환우와 가족들이 참여하는 네이버 카페 '숨사랑 모임'에서 한 환우는 "진료받고 있는 병원에 렉라자에 대해 문의했는데 8월부터 처방이 가능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환우는 "병원에서 IRB(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이 오래 걸려 내년 이후 EAP 적용이 가능할 거라는 말을 들어 초조하다"고 했다. 다른 환우는 "병원에서 우선 한달간 비급여로 복용하다가 EAP 프로그램으로 이어서 하자고 해서 우선 한달치 정도만 처방받았다"면서 사례를 공유했다. 다른 환우는 "비급여의 부담이 커서 EAP를 적용받고 싶은데, 대상자가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루 빨리 처방받고 싶다"고 했다.
유한양행에도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환자들은 "급하니 일단 약을 써보고 싶다"며 회사 측에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제약회사에서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보니 우선 진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 문의하거나, 주치의 처방을 우선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를 무상 공급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1차 치료제인 만큼 다른 약으로 치료받은 적이 없는 환자여야 한다. 의료기관 IRB의 승인을 받아야 하다 보니 병원마다 스케줄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처방 대상자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 치환 변이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치료 이력이 없는 사람 중 주치의의 평가를 거쳐 정해진다. 현재 IRB 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병원이 90개 가까이 된다는 게 유한양행 측의 설명이다. 항암제인 만큼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처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전국 주요 병원들이 EAP 진행을 위한 IRB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8월 중순 정도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병원에서 렉라자 EAP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EAP 프로그램을 도입한 병원은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이다. 해당 병원은 IRB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태원 교수(대한폐암학회 회장)가 '렉라자'의 적응증 확대 승인 직후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해 신속하게 환자에게 처방을 내렸다. EAP 첫 사례는 EGFR 돌연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4a기 진단을 받은 60대 남성과, 폐선암 1기로 진단을 받아 수술 후 재발한 50대 여성이다. 고신대복음병원에는 현재 EAP 3호 처방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
한편 렉라자와 동일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타그리소'는 비급여로 1년 약값이 7000만원에 달한다. 3세대 폐암 치료제 약값이 워낙 고가다 보니 EAP 프로그램 환자는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전담 사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EAP 프로그램과 관련해 "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그간 올라온 국민청원 등을 보면 EGFR 3세대 폐암 치료제로 치료받고 싶어 하는 환자분들이 상당히 많지만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 렉라자와 같이 3세대 약물을 1차 치료제로 처방받아야 하는 4기 폐암 환자는 약 3000명에 달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약 생산 등에 비용이 들지만 이는 회사가 감당할 계획"이라면서 "향후 급여가 적용되면 EAP 공급이 어려워지는 만큼 그 전까지 무상 공급하는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회사에서 감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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