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명 풀려나는 무기수···가석방 없는 '종신형제' 힘받나
文정부부터 급증···6년간 116명
형법상 수감 20년 지나면 가능
살인 등 흉악 범죄자가 대부분
한동훈 "괴물 영원히 격리해야"
전문가도 법 개정 주장 힘 실어
2017년 이후 가석방된 무기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현행법에 따른 조치이지만 오랜 수감 생활 끝에 ‘자유의 몸’이 된 이들이 대부분 살인 등 흉악범죄자라는 점에서 가석방 대상 선정 때 출소 시 연령은 물론 죄명, 재범 위험성 등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라는 점에서 국민 법감정은 물론 안전까지 고려한 현행법 개정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법무부가 공개한 ‘2023 교정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무기수 가운데 16명이 가석방됐다. 2021년(17명)보다 한 명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무기수 가석방이 늘어난 건 6년 전부터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대상자가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1명을 시작으로 해마다 14~40명의 무기수들이 대거 풀려났다. 이 기간 가석방된 무기수만도 116명에 이를 정도다.
이는 형법 제72조(가석방의 조건)에 따른 조치다. 해당 조항에는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도소장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에 따라 교정 성적이 우수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해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수형자에 대해 분류처우위원회 의결을 거쳐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 대상자를 선정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는 해당 대상자를 대상으로 △나이 △범죄 동기 △죄명 △형기 △교정 성적 △건강 상태 △가석방 후의 생계능력 △생활환경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가석장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가석방 심사 대상으로 오르는 무기수가 통상 살인 등 흉악범죄자들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은 데다 대법원에서도 2016년 일반전초(GOP)에서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을 마지막으로 사형 판결 확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신림동 묻지마 흉기난동 살인 사건’ 등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가석방 없는 종신제 등 법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기징역수 중 가석방 수가 매년 20~30명씩 나온다. 왜 피해자가 두려워해야 하냐’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질의에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이라고 밝힌 점도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법적인 무기징역은 말 그대로의 종신형은 아니다”라며 “(집행 없는) 사형제도를 유지한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기수가 형집행 20년 후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현 형법은 2010년 4월께 개정됐다. 당시 최고형 상한선이 15년에서 30년으로 바뀌면서 가석방 대상 기준이 20년으로 바뀌었다. 개정 전 기준은 10년이었다. 사실상 사형제가 폐지되는 등 현 사회 상황을 반영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행 기준으로는 최고형(30년이나 가중 때 50년까지 선고)을 선고받은 유기수가 무기수보다 징역 생활을 오래하고도 가석방 대상에 선정될 수 없는 구조다. 현행법에서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단 유기수의 경우 잔여 형기가 10년이 넘으면 대상에 선정될 수 없다. 즉 형기가 20년 지난 무기수는 가석방이 될 수 있는 데 반해 40년형을 선고받은 유기수는 20년까지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없다.
승재현 한국형사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무기수의 죄명이 무엇인지 또 재범을 할지는 물론이고, 출소할 때 나이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무기수가 어느 정도 형기가 지나고 가석방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앞으로 법 개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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