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올리브영 확전 속에 다시 떠오른 화두 ‘시장 획정’

노도현 기자 2023. 7. 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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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매장에서 색조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CJ올리브영 제공

‘CJ올리브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가.’

최근 쿠팡이 ‘납품업체 갑질’을 문제삼아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CJ올리브영의 시장 지위를 둘러싼 이슈가 재부상했다. 이미 CJ올리브영이 다른 납품 방해 혐의로 공정위 심의를 앞둔 가운데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흐릇해진 현실에서 판정의 근거가 되는 ‘시장 획정’을 어디까지 그을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 2월 발송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 CJ올리브영이 2014년부터 납품업체가 랄라블라, 롭스 등 헬스앤뷰티(H&B) 경쟁업체와 거래하지 못 하도록 방해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심사관 측은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 화장품을 직접 체험·비교한 뒤 구매할 수 있는 특성상 H&B 시장을 온라인 쇼핑몰 등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분기 운영 점포 수 기준으로 올리브영의 국내 H&B 시장 점유율은 71.3%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은 1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는다고 본다. 같은 불공정 행위라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는 더 무거운 제재를 부과한다. CJ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될 경우 최대 과징금이 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관련 매출액에 과징금 부과율 상한인 6.0%을 곱해 산출된 수치다.

반면 CJ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화장품 유통 시장 전체를 한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렇게 보면 CJ올리브영의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시장 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대규모유통업법’만 적용할 경우 과징금이 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실제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규모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양측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지난 24일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 CJ올리브영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과 CJ올리브영이 경쟁관계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뷰티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왔다”고 주장한다.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로켓배송’을 겨냥해 “로켓보다 빠른 배송”이라며 자사의 ‘오늘드림’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이처럼 CJ제일제당 즉석밥 ‘햇반’ 납품가 협상 불발로 시작된 CJ그룹과 쿠팡의 갈등 불씨는 뷰티 영역으로 옮겨붙었다. 화장품은 신선식품에 비해 재고관리가 쉽고 마진이 높아 이커머스 업체들이 앞다퉈 뷰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쿠팡은 이달 초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론칭했다.

쿠팡 역시 공정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쿠팡은 2021년 공정위가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쿠팡이 존슨앤존슨·유니레버와 납품가 협상이 결렬돼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쿠팡 측은 “존슨앤존슨이 납품하는 리스테린 제품(구강청결제)의 경우 해당 업체 사유로 인해 납품조건 협상 자체가 지연되었을 뿐”이라며 “유니레버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제품을 제외하고는 지난달 6월 협상이 완료돼 정상 판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CJ올리브영 관련 시장을 어떻게 획정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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