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무안 남악·오룡 잇는 ‘전남형 트램’…‘득’될까 ‘독’될까
“관광객 유치·서남권 도시 활력에 기여할 것” 기대
“지역에 부적절·적자 운영, 애물단지로 전락” 우려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도로 위에 레일을 깔아 달리는 트램(Tram). 전남도가 용역에 착수하는 등 목포~무안 남악~오룡신도시를 잇는 '전남형 트램(노면전차)'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김영록 전남지사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두 달만이다. 전남형 트램은 민선 8기 전남도가 추진 중인 전남 서남권 사회간접자본(SOC) 신 프로젝트의 핵심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전남형 트램 추진을 둘러싸고 '대박'의 기대와 '쪽박'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남도가 서남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이 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선 사업 성공에 대한 우려감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속도 내는' 전남도, 용역 착수…4000억 투입, 16㎞ 건설
전남도는 목포 구도심에서 하당, 무안 남악, 오룡 신도시를 잇는 친환경 교통수단 '전남형 트램' 도입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업비 3억원을 들여 실시하는 용역 기관으로는 철도 분야 전문 용역기관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선정됐다.
향후 1년간 최적의 노선과 적정 차량 시스템 도입 및 경제성(B/C) 등을 분석한 후 세부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전남도는 트램 세부 계획이 완성되면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수립하고 국토교통부 승인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최종 사업계획 확정을 목표로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트램 건설비는 1㎞당 2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 구도심의 근대화 거리에서 하당을 거쳐 무안 남악·오룡 신도시까지 16㎞를 연결하는 총사업비 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경우 2025년 건설에 착수해 2035년부터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남도는 보고 있다.
트램은 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시속 40㎞로 운행한다. 건설·운영비가 경전철에 비해 3분의 1, 지하철에 비해 6분의 1로 적게 든다. 전기나 수소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과 매연 등 오염물질 배출도 적고 바닥과 지면 높이가 비슷해 노약자들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도심에 새로운 관광 상품을 추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퉈 트램을 신교통수단으로 도입하려는 이유다. 부산, 대전, 인천, 울산, 창원 등이 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박'의 기대와 '쪽박'의 우려 공존
전남도가 전남형 트램 설치에 나서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전남도는 관광객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역 명소와 주요 거점을 잇는 새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목포 구도심과 신도심 간 접근성을 개선해 서남권의 도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트램을 도입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새 교통수단을 통해 서남권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의도로 읽힌다. 트램 자체만으로도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전남도는 앞으로 국내외 사례 등을 조사하고 용역 과정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자문과 유기적 협조를 받아 지역 실정에 맞는 트램을 도입할 방침이다. 유호규 전남도 건설교통국장은 "전남형 트램은 지역 명소와 주요 거점을 잇는 새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새로운 지방시대의 첫발이 되도록 신속하게 세부 계획을 수립해 조기 안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전남도의 바람처럼 침체된 전남 서남권 관광산업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큰 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대도시도 번번이 경제성에 발목 잡힌 사업인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섣불리 트램을 건설하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얘기하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램과 유사한 교통수단인 의정부경전철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904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 이용객은 1만여 명에 그쳤다. 결국 3767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통 4년 10개월 만에 파산했다.
전국 20여개 지자체 각축전…예타통과 '장담 못해'
'암초'가 많다. 경제성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먼저 도심 특성을 고려할 때 과연 트램이 목포~무안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인지와 사업 성공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목포와 무안 남악은 도시가 한곳에 밀집돼 있지 않고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예상되는 단조로운 노선은 도청 등 사무, 주거 밀집 지역을 통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트램이 개통돼도 자가용이나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트램 이용객이 예측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자체가 내세우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트램을 섣불리 도입하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예타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다. 전국 20여개 지자체에서 트램 건설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국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도시 규모가 훨씬 큰 울산의 경우 2012년 3월 기획재정부 예타에서 비용 대 편익(B/C)이 1 이하로 나와 무산됐다. 여기에 전문가들도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전남형 트램 설치를 두고 치열한 논란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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