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새 국제회계기준 적용 덕에 상반기 순익 868억 증가 ‘착시 효과’
KB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의 상반기 순이익이 1년 만에 9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매출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이전보다 부채를 작게 인식하는 효과가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등 대형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다른 금융지주 실적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 상반기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해부터 적용된 IFRS17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적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2%가 증가했다.
KB손보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5252억원으로 은행(1조8585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억원이 줄어든 규모인데 이는 IFRS17을 기준으로 했을 때이다. KB금융이 지난해 7월21일 발표한 그해 상반기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4394억원이었다. 제도 변경으로 회계상 이익이 858억원 늘어난 셈이다.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한다. 보험 계약에 따른 비용을 첫해에 모두 반영하는 기존 방식 대신 전 계약기간으로 분할해 반영하도록 한다. 보험업계는 수년 전 제도 도입이 논의될 때만 해도 부채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5월 낸 보고서에서 IFRS17을 도입한 후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KB손보의 보험영업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855억원 적자에서 올 상반기 5291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보험료 매출)가 6조1381억원에서 6조3814억원으로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회계 작성 기준이 달라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는 인구 감소 등으로 가입자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고 수수료도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IFRS17 덕분에 실적과 재무상태가 좋아지는 ‘착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보험계약마진(CSM)을 크게 산출해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로서 클수록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사가 CSM을 산출하면서 손해율, 유지율 등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말 IFRS17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빨라야 3분기 실적 발표 때 적용될 예정이다.
IFRS17 도입 효과는 다른 대형 금융지주 실적과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1위를 다투는 신한금융과 하나, 우리 등 다른 4대 금융지주는 27일에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다. 신한금융은 생명보험사인 신한라이프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이 있지만 규모가 작고 우리금융은 보험사가 없다.
K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사옥매각(1298억원)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올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8억원(32.5%) 증가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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