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성인용품점 방문하고 인턴 되고... '욕망' 드러내는 K콘텐츠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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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클럽 갈래?" 김은미(전혜진)는 친구에게 할 법한 제안을 딸 김진희(최수영)에게 던진다.
엄마는 딸에게 연애하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난 안 늙어. 이렇게 짱짱한데!"라는 거침없는 엄마의 은밀한 사생활 노출에 딸은 종종 당황하지만, 엄마와 함께 성인용품 쇼핑에 나서는 등 엄마의 욕망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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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 기본, 성적 욕구도 숨기지 않는 요즘 엄마들
다양한 가족 보여주고 '엄마' 틀 깨는 K콘텐츠들
"야, 우리 클럽 갈래?" 김은미(전혜진)는 친구에게 할 법한 제안을 딸 김진희(최수영)에게 던진다. 딸은 놀라지도 않는다. "입구 컷이야. 들어가지도 못해."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 속 모녀는 이렇게 좀 특별하다. 모녀 사이 사실상 금기시되는 성(性) 이야기도 나눈다. 엄마는 딸에게 연애하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소개팅 어플을 내보이며 "나 좋다고 (남자들이) '찜' 버튼 누른 거 12개, 보여?"라며 자랑하는 건 기본. 딸 앞에서도 남자를 향한 '플러팅'(호감을 표현하며 상대에 집적거리는 행위)을 멈추지 않는다. "난 안 늙어. 이렇게 짱짱한데!"라는 거침없는 엄마의 은밀한 사생활 노출에 딸은 종종 당황하지만, 엄마와 함께 성인용품 쇼핑에 나서는 등 엄마의 욕망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아실현 넘어 더 과감해진 '엄마'의 욕망
K콘텐츠 속 엄마들이 더 과감하게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때 드라마 속에서 아이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던 엄마들은 이제 자신만을 위한 욕망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ENA '행복배틀'이 JTBC 'SKY 캐슬'(2018년)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도 여기다. 행복배틀 속 엄마들은 유치원 공연에 자기의 자식을 주인공으로 세우려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아이들은 뒷전에 둔 채 각자 자신의 욕망에 몰두한다. 경제적인 부(富)나 명예와 같은 것들이다.
지난 4월 방영된 JTBC '닥터 차정숙'처럼 자아실현이라는 욕망을 꿈꾸는 엄마들은 이제 꽤 친숙하다. 다음 달 첫 방송될 예정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 역시 40대 '경단녀'인 고해라(라미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7년 만에 자아실현을 위해 간부직을 내려놓고 인턴을 자원한 고해라가 직장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그린다.
오히려 '욕망'이 있는 게 자연스러워…달라진 가족 모습이 큰 몫
이처럼 드라마에서 엄마가 욕망을 과감히 드러내게 된 것은 점차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획일적인 가족의 모습도 점차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존재 이유의 전부였던 전통적인 '엄마' 역시 이제 존재감이 옅어진 셈이다.
'남남' 속 김은미는 10대에 딸을 낳은 '싱글맘'이자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겪은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엄마'나 '가족'에 대해 경험한 바가 없다. 예컨대, 은미는 딸에게 뒤늦게 "(비 오는 날) 우산 갖다 주는 거 몰랐어. 나도 어릴 적에 그러고 살아서"라고 고백한다. 그러자 딸은 이렇게 대꾸한다. "엄만 대신 욕조에 물 받아 놓고 기다려 줬잖아." 은미만의 방식으로 딸과의 관계를 새로이 형성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남남'이란 제목 역시 가족이지만 더 남 같은 사람들도 있고, 남이지만 더 가족 같은 관계도 있을 수 있음을 넌지시 보여준다"면서 "'엄마는 이래야 한다' 등 정상 가족의 범주를 자연스럽게 깬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도 보다 자연스럽게 엄마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웹툰 원작이 있는 '남남'은 실사로 보여주면 다소 적나라할 수 있는, 엄마가 성적 욕구를 표현하는 행태와 이를 두고 고민하다 딸이 함께 성인용품점에 가는 장면을 연출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에는 모녀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한 몸인 양, 또는 애증으로 똘똘 뭉친 관계 등 획일적으로만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엔 각자의 삶에 관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 만큼 콘텐츠 속 가족 역시 그러한 모습인 것"이라고 짚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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