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터널 끝 보인다…낸드 추가 감산에 HBM 시장 선도

최영지 2023. 7. 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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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Q 영업손실 2조8821억원…1Q 대비 15%↓
삼성전자 DS, 3~4조원 적자 예측…적자 폭 줄어들 듯
실적 악화 지속에 낸드 감산 결정…"수익개선 자구책"
HBM 차세대 제품 공급 집중…역량강화 TF 구성 '선도'

[이데일리 최영지 김응열 조민정 기자] “메모리반도체 시장 반등의 키는 첨단제품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고 소진 이후 DDR5와 HBM3 제품 개발·공급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룰 것입니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 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삼성·SK 반도체 상반기 적자 15조…“바닥은 찍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양사 적자 규모만 15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감산 효과에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DDR5 및 HBM 등 고부가제품 판매 증가로 이르면 올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흑자전환) 기대가 높아졌다.

SK하이닉스(000660)가 26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6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조3059억원, 영업손실 2조8821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7.1% 감소했으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삼성전자(005930)도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에 이어 오는 27일 확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잠정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그쳤으며 반도체 부문에서만 지난 1분기(4조6000억원 상당 영업손실)에 이어 3조~4조원 상당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영업손실률이 줄고 있는 만큼 업계에선 반도체 시장이 회복 국면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날 실적발표에서 1분기보다 적자 폭이 줄었으며 영업손실률도 1분기 67%에서 2분기 39%로 줄었다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엔 낸드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이었기에 약 5000억원 재고평가손실을 인식했다”며 “해당 수준은 전분기 대비해선 크게 줄어든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전국경제인연합회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100.0) BSI는 2022년 9월(117.6)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을 회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형준 단장은 “챗GPT발 서버 투자도 회복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으며 재고 소진 이후 가격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결국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우리 기업들이 실적 개선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자료=SK하이닉스)
“낸드 5~10% 추가 감산”…수익 개선? 역효과?

다만 SK하이닉스는 실적 악화가 지속하자 낸드플래시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현재 생산 수준의 약 5~10%를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우현 부사장은 “낸드는 D램에 비해 업계의 재고수준이 더 높고 수익성도 낮은 만큼 당사는 기존의 낸드 감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재고 정상화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감산을 수익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낸드는 D램보다 경쟁이 치열해 시장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감산은 스스로 비용을 줄이거나 재고를 줄이는 방법으로, 적자 폭을 줄이거나 수익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생산량이 줄어 호황 국면으로 전환됐을 때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BM 시장 선도할 것”…역량강화 TF 구성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HBM3 등 고부가 제품 공급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HBM 시장 형성 초기부터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축적했다고 보고 있고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HBM을 비롯한 그래픽 D램 매출이 전체 D램 매출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도 밝혔다. AI용 서버에 필요한 HBM과 고용량 DDR5 모듈 판매 비중 확대가 D램 평균판매가격(ASP) 향상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낸드 수익 개선과 HBM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청주사업장 소통행사에서 ‘HBM 역량강화 TF(태스크포스)’와 ‘낸드 수익성강화 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챗GPT를 중심으로 AI 시장이 확대하고 있어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HBM제품 로드맵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오는 2026년에는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5세대 제품인 HBM3P 등 제품을 올해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하반기 모바일 등 IT신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여 구매 수요에 힘입어 메모리 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인공지능(AI)과 자동차 등 메모리 응용처가 늘어나고 있어 메모리 사이클도 점차 짧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웨스턴디지털(WD)과 키옥시아의 합병 추진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해당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합병 관련 구체적 조건 등이 확인된 바는 없다”며 “현재 양사 합병이 키옥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저희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주요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의 핵심 투자자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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