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 2℃ 오르면 '극한 폭염' 2~5년마다 일어난다

이지현 기자 2023. 7.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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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도까지 오른 미국 데스밸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4.4℃.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최고 기온입니다.

이달 초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저지대는 기온이 52.2℃까지 올라 역대 중국 최고 기온을 경신했습니다.

남유럽 지역에서는 45℃ 넘는 전례 없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극한의 폭염은 결국 인류가 만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기후연구자들이 모인 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은 "이달 들어 미국과 멕시코, 남유럽에서 발생한 폭염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었으면 사실상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기후를 가정하고 현재 같은 폭염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해보니, 미국·멕시코와 남유럽의 폭염은 사실상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국 폭염은 250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계산이 나왔죠.

산업화를 거치면서 인류가 사용한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했고, 이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구 온도 1.2℃ 올라…”2100년엔 2.7℃도 오를 것”



지난 19일 폭염이 덮친 이탈리아에서 한 남성이 물로 머리를 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WWA 연구진은 현재 지구 온난화 수준에서는 올해 같은 폭염이 미국·멕시코의 경우 약 15년에 한 번, 남유럽에서는 10년에 한 번, 중국은 5년에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지금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가속화된다면 더 심각한 수준의 폭염을 자주 겪을 수 있기 때문이죠.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오를 경우 올해와 같은 극한의 폭염은 2~5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2℃도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세계 197개국은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협약을 맺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넘게 오르지 않도록 막자고 약속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자고 약속한 거죠.

하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습니다. 각국의 실제 기후 정책을 토대로 추산해보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전과 비교해 2.7℃ 오를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염은 단순히 '더위' 문제 아냐…”생명, 생계 파괴”



올해 같은 폭염이 자주 발생한다는 건 단순히 '더위'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죠.

네이처가 발행하는 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지난 5월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표면 온도가 0.1℃ 오를 때마다 위협적인 폭염에 노출되는 인구는 1억 4000만 명씩 늘어납니다.

유럽은 지난해 폭염으로 6만 명 넘는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수십 명이 더위 때문에 사망했고, 멕시코에서도 사망자가 211명 발생했습니다.

WWA 연구진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제대로 된 기록이 부족한 지역이 많다"며 "현재 볼 수 있는 사망자 수치는 실제보다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극한의 더위는 식량 위기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최근 쌀 수출을 전격 금지했습니다. 폭우로 농작물이 피해를 봐 인도 내에서 쌀 가격이 급등하자 내린 조치였습니다. 태국과 베트남도 세계 2, 3위 쌀 수출국인데, 이곳들도 이상 기후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인도에서는 기후 변화로 토마토 공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인도에선 토마토값도 6개월 새 445% 폭등했습니다. 지난달 인도에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진 데다 몬순 우기까지 늦어지면서 토마토 재배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폭염이 덮친 남유럽에서는 올리브 농장이 흉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덩달아 올리브유 가격도 지난해 9월 1kg당 4유로(약 5650원)에서 최근엔 1kg당 7유로(약 9880원)까지 올랐습니다.

프리데리커 오토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그랜섬연구소 박사는 "올해 같은 극한의 폭염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라면서 "더 중요한 건 이런 폭염이 사람들을 사망하게 하고 특히 취약계층의 삶과 생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화석 연료 감축을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오토 박사는 "아직 인류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서 "오는 11월 30일 개막하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각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데 동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니 밀러 세계기후보건연합 회장도 "석유·석탄 등 화석 연료 사용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며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면서 "COP28에서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축소와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공정한 이행을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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