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전에 '새 은행' 생긴다…'탈서울' 금융시대 열릴까
기업지원 특화은행 추진 대전시 "향후 금융지주 전환"
점유율 경쟁서 처진 지방금융…"제도 지원, 다는 아냐"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정부의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이 속속 실행되면서 금융권의 ‘탈 서울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DGB대구은행이 대구에 본점을 둔 채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상대적으로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낮았던 충청권에선 특화은행 설립이 추진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성은 바람직하나, 실효성엔 물음표를 달았다.
시중銀 전환에 지방 산업銀까지
현재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관련 예비인가를 받을 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예비인가가 시중은행 전환에 있어 필수 과정이 아닌 데다, 이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인가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예비인가 없이 본인가 신청으로 들어가면 이르면 10~11월 내 ‘지방’ 간판을 뗀,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범할 전망이다.
‘지역에 본점을 둔 은행’을 예고한 곳은 또 있다. 대전시는 지난 25일 대전에 본사를 두고 기업 지원에 특화된 산업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책금융기관과 대전시가 출자를 하고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형태로, 지방 산업은행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대전시는 내년 신기술사업에 투자재원을 공급하는 ‘대전투자금융(가칭)’을 설립하고, 같은 해 상반기 은행 인가 및 설립 준비를 위한 TFT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에 산업은행이 세워지면, 대전투자금융과 함께 지방 금융지주 형태로 묶일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전 및 충청 지역은 그간 타지역과 달리 지방 금융지주가 없어 금융공백이 있는 지역으로 지목돼왔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내년 상반기에 TFT를 구성해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며 “내년 대전투자금융을 설립하고 은행이 2026년 말께 출범하면, 향후 금융지주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차별화 성공에 의문…법적·비즈니스적 구체적 검토부터”
지방에서 은행업 재편 신호탄이 하나 둘 터지는 배경엔 ‘5대 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깔렸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은행 제도 개선안’을 통해 지방·저축·인터넷전문은행에 신규 시중은행·특화은행의 물꼬를 터줘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경쟁력이 몰리는 구조를 깨고 시중은행과 경쟁에 있어 한계에 부딪힌 개별 지방은행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지방은행의 여수신 점유율은 금융당국이 수도권 진출을 허용한 2015년 이후에도 줄곧 하락세다. 예컨대 지방은행의 총수신 점유율은 2016년 9%에서 올해 1분기 7.9%까지 떨어졌다.
이에 금융권 안팎 전문가들은 ‘탈서울화’, ‘지방금융 경쟁력 강화’라는 방향성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단순히 본점을 지방에 둔 채 영업 확대의 길을 열어준다고 해서,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취지엔 공감을 한다”면서도 “기업투자중심은행의 경우 미국의 실리콘뱅크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자체에서 은행업에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서 리스크 관리·신용관리 능력 등을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행을 단순 전국은행화하는 방안도 실효성에 있어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중소기업에 자금공급, 지역민 금융서비스 접근성 증대라는 지방은행의 존재의 이유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신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비이자이익 창출 등이 맞물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로 대전시가 추진 중인 기업지원 특화 산업은행의 계획안엔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이 포함됐다. 지점이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표방하고 있어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행 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조건으로 ‘지점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은행의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 유사한 규제를 받고 있어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라며 “미국과 일본은 지역은행이나 규모가 작은 은행에 대해 완화된 자본규제 등을 적용 중이다. 규모의 차이가 클 경우 차별적 규제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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