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쏠림] 증권가 잇단 경고…"차익실현에 급락 주의보"
"과열 국면…신규 자금 유입 제한적, 시장 부진에 부담 커질 것"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투자 열풍에 증권가 내부에서 쏠림 현상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6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19% 급락한 900.63으로 마쳤다.
코스닥은 이날 오전 956.40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886.14까지 떨어져 장중 변동 폭이 70포인트(p)가 넘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도 나흘 만에 약세로 돌아서 2,600선을 내주고 전날보다 1.67% 내린 2,592.36으로 떨어졌다. 지수는 장중 2,639.21에서 2,580.98로 하루 58.23포인트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테마주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여 변동성 위험도 커졌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이차전지에 몰려 있던 시중 유동성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반도체주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자동차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늘 증시 변동성 극대화…"이차전지 차익실현"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인 이차전지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날 증시에서 특별히 급락을 촉발할 트리거(기폭제)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차전지 소재 업체 급락 과정에서 우리 증시 급락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전체적으로 과도하게 이차전지에 쏠려 있어 그 종목 급락에 따라 변동이 극대화되는 상황"이라며 "통상 일시적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때 전체 시장이 출렁이는 형태로 변동성이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날 증시는 과도한 쏠림에 따른 증시 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쏠림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고 경험적으로 볼 때 큰 위험을 안고 있는 매매패턴으로 보인다"며 "일부 이차전지 대표주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이뤄질 때 위험(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본적으로 개인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증시가 하락한 것으로 본다"며 "이차전지 대형주들이 최근에 변동성이 심했는데, 단기 수익이 많이 나면 매도 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개인투자자 수급이 이차전지 쪽에 몰려 있다가 실적 발표를 계기로 저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차전지 종목 하락의 트리거가 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발표라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차전지 테마주 주가가 고평가된 국면이어서 시장의 매수세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동차주로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시각으로 내일 새벽에 열릴 예정인 미국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리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해외 시장은 별다른 변동성이 없었다"면서 "이날 급락은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새벽 미국 연준의 FOMC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어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먼저 차익실현에 나서 변동성이 커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차전지 쏠림현상에 증시 불확실성 커져"…"2015년 바이오 쏠림 때와 유사"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이차전지 쏠림현상으로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밸류체인 강세가 다시 부각되면서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재발하고 있다"며 최근 포스코와 에코프로그룹주 급등 현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스피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달 들어 11.8% 상승했다"면서 "통상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지수 상승을 시장 참여자들이 마냥 반가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차전지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놓고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가계에 여유 자금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계에 초과저축이 많이 남아 100조원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2020∼2022년)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계에 초과저축이 많이 남아 개인투자자의 영향이 커졌고 자산 가격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자산 가격 움직임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강력한 쏠림현상"이라며 "일부는 금리 인상으로 여유롭지는 않은 자금시장 탓에, 일부는 초과저축이 넉넉한 개인투자자의 영향에 각각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동성이 풍부하던 2020∼2021년 강세장에서 거의 모든 자산이 상승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거래량 비중은 지난 4월의 고점을 넘어선 '과열 국면'"이라고 진단하고 "시장이 부진하면 과열 국면의 투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증시가 쉬게 되면 일단 일부종목으로 쏠림이 강화하지만, 괴리가 더욱 지속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약세로 전환하면 쏠림현상도 버티기 어렵고 과열 국면에서 투자한 종목은 부담이 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모멘텀이나 시가총액 대비 거래량의 쏠림이 과도한 상황"이라며 "우려되는 부분은 시장 상승은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팩터의 과열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오르지 못하면 신규 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들은 조바심에 패자 종목들을 매도하면서 주도주를 매수하기 때문에 주도주는 오르지만, 지수는 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5년 바이오 업종 쏠림현상 때도 비슷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모멘텀 주식들이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선호로 상승하고 있지만, 신규 자금 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못하면 해당 종목의 우위가 계속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보유자는 점진적인 차익 실현 기회를 봐야 하지만 반대로 숏(매도) 포지션은 쏠림 지속에 따른 상승 위험이 여전히 커 위험한 국면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선희 배영경 송은경 홍유담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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