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株 급락하자 빚투 개미들 '패닉셀'…"믿음 깨졌다"

김소연 기자 2023. 7. 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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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전략]


"견고했던 믿음에 균열이 갔다."

극심한 2차 전지 쏠림이 화를 불렀다. 일부 큰 손 투자자가 2차 전지 차익실현에 나서자 개미들이 잇따라 패닉셀에 나서면서 코스닥 지수가 장중 한 때 5% 이상 하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격화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44.10포인트(1.67%)내린 2592.36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39.33p(4.18%) 떨어진 900.63에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은 하루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지옥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전까지만 해도 양대 시장 모두 2차 전지 랠리에 힘 입어 강세를 보였다. 그러다 오후 2시 들어 약속한듯 일제히 급락하기 시작했다.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2차 전지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 전환하자 시장 전체가 크게 출렁인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오후 한때 2580선까지 밀리며 50포인트 넘는 변동폭을 보였고, 코스닥 지수는 950선에서 880선까지 밀리며 하루만에 70포인트 넘게 움직였다.

오전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장중 한때 주가가 58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57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상장사였다면 POSCO홀딩스를 넘어 시가총액 4위에 랭크됐을 정도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합산한 시총은 이날 고가 기준 98조원에 달해 SK하이닉스를 뛰어넘는다. 이날 막판까지도 상승세를 유지하던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결국 각각 1.52%, 5.03% 하락해 전체 시장 시총 순위가 각각 10위, 14위를 기록했다. 하루 주가 변동폭은 각각 34%, 31%에 달한다.

코스피 상장사인 포스코 그룹주도 변동성이 극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POSCO홀딩스는 장 초반 16% 넘게 뛰면서 시총 4위 대형주에 VI(변동성완화장치)가 걸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결국 전일대비 2만8000원(4.26%) 떨어진 63만원을 기록했지만, 오후 한 때는 9% 가까이 낙폭을 키우면서 하루 변동폭이 25%에 달했다.

코스피 시총 8위인 포스코퓨처엠도 이날 6%대 하락해 마감했지만 장중 주가 변동폭이 28%에 달했다. 이외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상승마감하긴 했지만 상한가까지 치솟았다가 보합권까지 떨어지는 등 주가 변동폭이 30%에 달했고 코스닥 상장사인 포스코DX는 하루만에 주가가 42% 널뛰기를 했다. 최근 신규 2차 전지 소재주로 묶인 LS와 LS ELECTRIC도 하루만에 41% 움직였다. 두 종목은 이날 각각 5%, 17% 떨어져 마감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오후장에 시황이 급변한 직접적 원인으로는 수급이 꼽힌다. 일부 큰 손 투자자들이 많이 올랐던 2차 전지 종목 차익실현에 나서자, 시세가 밀리는 것을 목격한 개인투자자들, 특히 빚내서 투자한 이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연쇄 매도에 나서며 2차 전지 종목과 지수 모두 추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융자잔고는 양 시장을 합산해 19조원 이상으로 연초 16조원대에서 계속 증가해왔다"며 "수급 쏠림 중심에 있었던 2차전지 밸류체인 종목들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대매매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잇따라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보다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낙폭이 확대된 모습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날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6186억원 순매도했는데 1~5위 매도 종목이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엠텍, 성일하이텍으로 모두 2차 전지 관련주다. 이들 5개 종목 매도액이 5400억원을 넘어선다. 개인의 빈 자리는 외국인이 채웠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8666억원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방어했다.

이날 지수가 급락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2차 전지에 대한 무한신뢰 고리가 깨졌다는 데 있다. 개인들은 그동안 유튜브 등을 통해 서로 밀고 당기며 2차 전지주 랠리에 잇따라 동참했다. 모두 돈을 버는 상황에서 나만 소외되고 있다는 '포모(FOMO) 증후군'이 동학개미의 잇따른 참전을 부추겼다. 특히 일부는 과거 삼성전자가 100만원대에서 150만원선을 뚫고 결국 300만원까지 올랐던 것을 상기하며 2차 전지 무한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이날 원인 모를 2차 전지 추락으로 개미들의 근본없는 믿음은 깨졌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미 2차 전지 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2차 전지 소재 산업의 성장성이 큰 것은 맞지만, 현재 주가 수준이 10년 후 성장세로도 설명이 안된다고 경고를 해왔다.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는 이미 지난 5월부터 끊겼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연구원은 "기업 펀더멘털과 주가 간 괴리가 커서 본연 가치로 회귀하려는 과정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동안은 포모 현상도 강했고 2차 전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견고했는데, 오늘 장이 흔들리면서 기대감에 균열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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