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노 동화작가 “우리 모두의 '다움'을 인정할 때”
김다노 동화작가의 글엔 무수히 많은 자기검열로 말하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가 그대로 나온다. 인물들도 다양하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 다양한 가정 형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 사실 우리 주변에 늘 있지만, 매스컴이나 책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이들이 작은 용기와 소신으로 의견을 펼치고 그들만의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세상이 바뀐 듯 속이 후련하다.
편견과 차별이 없는 동화 세상을 펼치는 김다노 작가를 최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비밀소원’(2020, 사계절 刊)으로 제1회 나다움 어린이책 창작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출판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그는 최근 도내 곳곳의 작은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주제로 초등생들과 만나고 있다. 올해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진행하는 ‘찾아가는 성인지교육’ 사업의 책 부문 강의를 맡아 그림책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당연히 다양성을 그려야 하는 시대 아닌가요?” 다양성을 책에 담아내는 이유를 묻자 김다노 작가가 가볍게 반문했다. “지금은 다양함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과도기적 시대인 것 같아요.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받아들이지 않고 과하면 그것을 혐오로 표출하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글도 이 부문에 맞춰 쓸 뿐입니다.”
지난해 발간된 동화 ‘비밀숙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동양인이 겪었던 차별과 혐오가 옮겨졌다. 다양성을 주장하는 2020년대 선진국에서 벌어진 일이 유학 간 동양인 이랑이가 혐오에 맞선 이야기로 투영됐다.
그런 그가 어린이들과 만날 때 강조하는 것은 ‘표현의 자율성’이다. “‘태어나면서 스스로 이름을 짓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고 늘 말해요. 태어난 나라나 지역, 환경, 성별 등은 스스로 정하는 게 아닌데, 특정한 역할이나 기대치를 정해서 맞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고 해요. 이런 다음에야 상대의 다양성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눈, 유방, 팔다리가 없으신 분들도 있고 털이나 머리카락 색깔, 신체 모두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잖아요.”
그의 강의엔 “대변을 항문이 아닌 장루주머니로 누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큰 흉터가 있는데 어릴 때 다친 거다” 등등 나, 혹은 우리 부모가 가지고 있지만 꽁꽁 숨겨뒀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아이들도 처음엔 ‘외계인 아니냐’고 말하지만 나중엔 그럴 수도 있다며 금방 받아들인다. 당황해 하는 이들은 오히려 학부모들이다.
매스컴에서 정한 미의 기준이 아닌 ‘각자의 아름다움’, ‘나다움’이 누구에게나 있음을 마음에 심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누군가 여러분을 보고 미소 짓고 행복해 한다면 여러분 모두 예쁜 사람’이라고 하죠. 어린이라면 어른이나 친구들이 얼굴을 보고 웃어주는 기억, 한 번 씩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나는 누군가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존재’라고 알게 돼요.”
이러한 이야기는 내년 초 발간 예정인 연작 단편집에도 스며들어 있다. 6학년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연애 감정 등 특별하게 생각하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외모에 대한 고민, 나이, 장애 등을 함께 다뤘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발맞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그의 지향점은 어린이 스스로 어린이이기에 받아야 하는 차별을 수용하지 않고 생각하는 책을 만드는 것이다.
“‘노키즈존’을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어린이는 시끄럽고 방해되니 이해가 돼요’라고 말해요. 이것은 ‘어린이의 생각일까, 어른의 말을 답습한 걸까’ 고민이 들어요. 정답을 주는 게 아닌, 부당한가 받아들일 만한 일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생각하는 책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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